문화·문학

2023

생태문화연구회: 육십령~남덕유산 백두대간 구간의 생태학적 면모 외

연도 2023
기간 2023.10.20.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2-21
조회
141
  1. 지난 10월 20일 금요일에 있었던 생태문화연구회 모임의 후기를 올립니다. 김요섭, 김원중, 김정희, 남진숙, 노대원, 박지혜, 이규인, 이도원, 이일하, 정나리, 정연정, 황영심 선생님이 참석해 주셨고, 성균관대 학부, 대학원 학생들도 함께해 주었습니다. 모임 1부에서는 노대원 (제주대 국어교육과 교수) 선생님께서 <기후 위기와 AI를 함께 상상하기: 한국 Cli-Fi 서사의 AI> 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해주셨고, 2부에서는 이도원 (서울대 명예교수) 선생님께서 <육십령~남덕유산 백두대간 구간의 생태학적 면모> 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1. <기후 위기와 AI를 함께 상상하기: 한국 Cli-Fi 서사의 AI>
 

-노대원 선생님의 강연은 인류세를 이해하고 극복하는 하나의 도구로서의 서사, 그리고 AI의 현주소와 미래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먼저 선생님께서는 인류세의 시대는 이야기의 시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서 삶을 이해하는 경향이 있으며, 주지하다시피 어떻게 삶을 이해하느냐는 필연적으로 우리의 행동양식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런 점에서 인류세에 대한 이해를 시도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때 우리가 어떤 종류의 서사를 만들어 내느냐가 상당히 중요해질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인류세는 이야기의 시대가 되는 것이겠지요. 현재 다양한 양식의 서사가 각자의 방식대로 인류세를 이해하려고 하고 있으나, 문학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은 SF로 분류되는 작품들이 대거 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노대원 선생님께서는 SF 연구가 다르코 수빈의 말을 빌려 이런 현상이 목격되는 이유 중 하나는 SF가 ‘인지적 낯설게 하기’를 활성화하는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SF 텍스트에는 텍스트 세계와 현실 세계를 구분 지을 수 있게 해주는 어떤 새로운 것이 등장하는데, 이것이 단순히 새로움을 넘어서서 낯설게 느껴질 때, 독자는 이 새롭고 낯선 것을 현실과 비교해보고, 그 과정에서 현실을 새로운 관점에서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SF가 제시하는 새로운 세상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껴지는 현실이 얼마나 ‘자연스러운 것인지’를 비판적으로 생각해 보게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양식에서 사유방식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변화해야만 한다는 의식이 강화되고 있는 인류세 시대에 SF는 많은 작가와 독자들이 주목하는 장르가 된 것입니다. 한편 강연 마지막 부분에 노대원 선생님께서는 AI가 어느 정도까지 발전했는지, 우리는 AI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강의안을 만드실 때 AI를 활용한 적이 있으시다고 하는데요, 어떤 개념에 대한 간단한 설명, 그와 관련된 이미지 등이 필요할 때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AI는 리서치하는 시간을 줄이는 데 분명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AI가 제시하는 아이디어들이 유용한 것인지, AI의 아이디어들이 혹시 편향적인 것은 아닌지 등은 사용자가 주의하여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선생님에 따르면 ChatGPT에게 기후 변화와 AI의 관계를 물으면 ChatGPT는 긍정적인 측면만 설명해 준다고 합니다. 부정적인 측면은 사용자가 직접 물어야 그때서야 설명을 해준다고 합니다). 최근 AI 기술은 기술이 발전하면 생활이 편해지지만, 기술을 올바르게 사용해야 하는 우리의 책임 역시 커진다는 자명한 사실을 다시 한번 가슴속에 새기게 하는 것 같습니다.

 

-노대원 선생님의 강연은 서사와 인간의 관계, AI와 인간의 관계란 무엇이며, 이것이 인류세 시대에 특히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지를 다각도에서 생각해 보게 해주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1. <육십령~남덕유산 백두대간 구간의 생태학적 면모>
 

-이도원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의 산행기를 바탕으로 우리가 흔히 친환경적, 생태적이라고 생각하는 각종 사업의 문제점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도시를 벗어나면 도로 건설로 인해 끊긴 야생지를 잇는 ‘생태다리’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 다리는 동물들에게 안전한 이동 경로를 제공해 준다는 점에서 많은 분들에게 바람직한 것으로만 인식되기 쉬운데요, 선생님께서는 생태다리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셨습니다. 본래 초창기에 생태다리는 동물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사람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고 합니다. 마을에 도로가 들어오면서 마을에 흐르던 기가 끊긴다고 본 주민들을 달래는 의미로 건설되기 시작되었다고 하는데요, 이후 동물의 생존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국적으로 그 수가 기하 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건설에는 비용이 무척 많이 드는데, 실제로 동물들이 얼마나 사용하는지는 제대로 연구되지 않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생태다리 건설이 진정으로 의미 있는 사업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깊이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셨습니다. 즉 사업비를 따서 주민에게 보여주기 식으로 다리를 짓지 말고 실제로 이용할 동물은 어떤 개체가 있고, 그 수는 얼마나 되는지를 면밀히 조사하고, 건설 이후에도 후속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 선생님께서는 등산로에 깔린 야자매트에 대해서도 한 말씀 해주셨습니다. 백두대간 종주 붐이 일며 많은 사람들이 산으로 몰려 땅이 다져짐에 따라 빗물이 땅에 스미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야자매트를 깔기 시작했는데요, 문제는 이 야자매트가 모두 해외에서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야자매트가 우리 산 곳곳에 깔릴 것을 생각하면 방역 검사를 철저히 해야 맞겠지만, 비용 문제상 그렇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 만일 검역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 환경에 맞지 않는 해로운 생물이 우리 산에 정착하는 것은 시간 문제이겠지요. 우리가 산을 보호한다고 한 행동이 다시 산을 훼손하는 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자연을 가까이하고 즐기는 일의 생태윤리적 함의를 생각해 보게 합니다.

 

-이도원 선생님의 강연은 요즘 최고의 화두 중 하나인 자연과의 공존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보게 해주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어쩌면 때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연과 거리를 두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1. 오늘 귀한 시간을 내주신 노대원 선생님과 이도원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성균관대 김원중 교수님은 직접 내려 주신 향기로운 커피로, 정연정 교수님은 맛있는 영양 떡으로 다과를 더 풍성하게 해 주셨습니다. 참석해주신 모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1. 12월 모임은 송년회를 겸하여 12월 1일에 있을 예정입니다. 이규인 선생님이 파푸아 뉴기니아의 생태에 관해서 그리고 군산대 김민선 선생님이 바다와 어업, 참치잡이에 관한 얘기를 해 주실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