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2011

사막지형과 반생태학적 관심

연도 2011
기간 2011. 3. 25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5-02-07
조회
3450

참석자: 강규한, 강서정, 고형진, 김영미, 김춘희, 민홍석, 박찬구, 신두호, 신문수, 이도원, 이영현, 이종찬, 황영심, Howard Waitzkin

장소: 미국학연구소 세미나실

  이번 모임에서는 두 분이 발표를 해주셨다. 신두호 선생님(강원대 영문과)은 <사막지형과 반생태학적 관심>이라는 주제로 지난 겨울방학 동안 체류하셨던 미국 네바다 주 인근 지역의 사막지형의 이용 상황에 대해 말씀해 주셨고, 신문수 선생님(서울대 영어교육과)은 <기후변화에 대한 인문적 조망>이라는 주제로 기후변화가 사회 자체의 근원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주요 동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 혹은 기후의 사회 문화적 의미를 문학작품이나 영화를 통해 되새겨 보는 시간을 마련해 주셨다.

  먼저 신두호 선생님은 국립공원("worthless land but wonders")과 사막지형("useful but ugly land"), 이렇게 미국의 대조적 두 자연으로 말씀을 시작하셨다. 국립공원의 경우 그 동안 위대한 미국의 정체성의 상징으로서 찬탄과 보존의 대상으로 여겨졌던 반면, 사막지형은 상대적으로 일반인의 관심이 적었던 지역이다. 선생님께서는 이 발표를 통하여 현재 미국 정부 주도하에 주로 핵이나 군사 관련 시설로 이용되고 있는 사막지형의 반생태적 이용 상황을 사진자료를 통하여 자세히 설명해 주셨다. 우선 사막지형의 이용 상황은 다음 6가지로 나누어진다.

 

1) 핵실험 장소 : 미국정부는 네바다 주 사막에 Nevada Test Site(NTS)를 두고 1951년부터 92년까지 928회의 공식적 핵실험을 단행하였다. 핵실험이 중단된 현재는 이곳은 한 달에 한번 일반에 공개되고 있으며 인근에 공군훈련장을 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하핵실험에 의한 지하수 오염과 지표면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2) 핵폐기물 저장고 : 2002년 부시 대통령은 네바다 유카 산자락에 핵폐기물 저장시설 구축 계획인 Yucca Mountain Project를 승인한다. 이후 네바다 주의 지속적인 반대와 오바마 정부의 예산 지급 중단으로 현재 잠정적으로 유예되어 있는 상황이다.

3) 군사 시설 : 인디언 스프링 지역에 미 공군 기지가, 호손 지역에 미 육군 무기 저장시설이 있다.

4) 격리수용시설 : 사막지형은 유지, 관리가 효율적이고 탈출이 어렵다는 이유 때문에 격리수용시설이 들어서기 알맞은 곳이다. 때문에 2차 세계대전 중 미국 내 일본인 강제 수용소들 중 가장 유명했던 Manzanar가 오웬즈 벨리에 세워졌고, 현재는 사막 한가운데 주 교도소(High Desert State Prison)가 들어서 있다.

5) 자연자원 저장고 : 이 지역은 광물과 수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금의 79%가 네바다 주에서 나올만큼 막대한 양의 금을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버지니아 시티에는 세계 최대의 은 광산이 있다. 또한 20세기 초 인구팽창으로 많은 물이 필요하였던 LA는 시에라네바다의 빙하덕분에 물이 풍부하였던 오웬즈 밸리와 그 북단의 모노 호수(Mono Lake)에 배수로를 설치하여 물을 끌어가려는 물전쟁을 치르기도 하였다. 이는 오웬즈 밸리와 모노 호수 지역의 사막화를 가속화하였다.

6) 여가 장소 : 유명한 관광지인 라스 베이거스와 데스 밸리가 위치해 있다.

 

  한편 위와 같은 미국 정부의 반 생태학적 사막지역 이용 실태와는 달리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는 사막에 대해 끊임없는 생태학적 관심을 쏟아왔다. 메리 오스틴을 비롯한 일군의 작가들은 일견 생명이 없어 보이는 메마른 사막 지형에도 그 나름의 생물 공동체가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로부터 사막의 가치를 새로이 일깨워 주었고, 또한 생태 건축가인 파울로 솔레리(Paolo Soleri)는 사막 한가운데 실험적인 생태공동체를 운영하면서 사막에서 인간과 자연이 조화롭게 함께 살아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다음으로 발표하신 신문수 선생님은 기후 변화에 대한 사회문화적 조망의 필요성과 더불어 그동안 문학, 예술에서 단순한 배경으로만 인식되었던 기후나 자연 현상이 실상 사회 변화의 주요한 동인으로 그 중요성이 새로이 자각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셨다. 최근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빚어지고 있는 기상이변의 참담한 결과들은 자연을 지속적으로 파괴하고 이용하고 정복해온 인간에 의해 상당부분 야기된 것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 결과가 인간 사회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에서, 기후 변화를 과학적 관점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의미로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이 생기면 그동안 잠복되어 있던 행정의 난맥, 인종문제, 사회적 불평등 등의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전면에 총체적으로 노출되기 마련이다. 이는 사회 질서의 근간을 흔들고 사회체제의 전면적 재편이 일어나거나 극단적인 경우 사회 전체의 붕괴로 이를 수 있음을, 우리는 쓰나미와 지진으로 인한 일본의 참상이나 태풍 카트리나가 몰고 왔던 미국 남부의 수해에서 목격할 수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자연이 인간의 정신세계와 유리된 별개의 세계가 아니라 인간의 인식과 의식작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이며 인간 또한 “동료 생명체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또 영향을 받으며 살아온 생물학적 존재”라는 최근의 환경사나 생태문화사의 주장, 그리고 "인간의 태도와 사고는 물리적 환경인 장소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한 이-푸 투안과 같은 현상학적 지리학자의 논의는 이 시점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그동안 문학작품에서 단순한 배경으로만 여겨져 왔던 자연환경이나 기후도 문학과 예술의 창조를 자극하는 원천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 볼 수 있다. 즉 하디의 웨섹스 황야나 조이스의 더블린, 마크 트웨인의 미시시피강 혹은 근래에 주목받고 있는 지방색 문학에 나타난 자연 환경은 인물들의 삶과 정서를 주형해 온 주요 동인이다. 그리고 낭만주의 시인인 셸리의 시 “구름”이나 셰익스피어의 《리어왕》의 폭풍우 장면 등도 바로 작가가 매일 겪었던 기상으로부터 창조된 것으로 새로이 조명해 볼 수 있다. 최근 기상이변을 소재로 한 <투모로우> 같은 묵시론적 영화나 소설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것 또한 기후 변화로 인한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현대 사회의 심리를 잘 반영해 준다고 하겠다.

  두 선생님의 발표 후 종합 토론시간이 있었다. 1) 먼저 기후변화나 날씨, 풍토(climate) 같은 용어에 대하여 그 범주와 의미에 대해 아직까지 혼란이 있다는 지적에 대하여 이는 과학적 맥락과 문학적 맥락에 따라 사건이나 현상의 의미를 달리 부여하기 때문에 이런 혼동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점, 그리고 용어의 일치를 위해 앞으로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점 등이 논의되었다. 2) 최근 인간의 활동이나 역사를 기존의 계급간의 투쟁의 시각이 아니라 문제가 아니라 기후의 변화로 읽어보려는 기후사의 영역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되었다. 3) 한편 우리 고전 문학에서는 기후가 그다지 민감하게 반영된 것 같지 않은데 그 이유는 우리나라가 대체로 사계절이 뚜렷한 안정된 기후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라는 말씀이 있었다. 4) 일본의 핵발전소 사태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이 사막의 핵시설과 관련된 사막 이용 문제도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었다. 사막을 바라보는 많은 담론들 중 미국 정부는 너무 과학담론에 매몰되어 사막의 진면목을 제대로 평가하고 있지 못하다며 사막의 자연에 관해서도 시적담론과 과학담론이 적절히 공존되어야 할 필요가 있음이 지적되었다. 5) 묵시론적 기상이변을 담은 영화 <투모로우>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재미있는 의견이 교환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