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살림으로서의 농업 / 아프리카의 생태, 건축, 문화 답사노트
참석자: 강서정, 김영미, 김원중, 남진숙, 박한제, 신문수, 안보라, 이규인, 이덕화, 이영현, 이준선, 정나리, 한미야, 한진경, 황영심
장소: 미국학연구소 세미나실
먼저 이영현 선생님은 웬델 베리(Wendell Berry)의 ‘『지상의 한 장소』(A Place on Earth)에 나타난 살림으로서의 농업’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선생님은 농부가 전통적으로 장소와 가족, 지역사회에서 주체적으로 살림(husbandry)을 해왔으나 오늘날의 농부는 “자신이 대표해야 하는 모든 것에 근본적으로 적대적인 경제의 대리인”으로 전락했음을 지적하면서 베리가 말하는 살림의 정의에 입각하여 ‘포트윌리엄 이야기들’(The Port William Stories)에 포함된 소설 『지상의 한 장소』에 나타난 살림으로서의 농업과 아울러 오늘날의 농업이 살림이 되지 못한 이유를 살펴보았다. 선생님은 베리가 정의하는 살림이란 “우리와 우리가 사는 장소와 세계를 보존 상태로 이어 줌으로써 생명을 지속시키는 모든 활동”이자 “우리를 부양(扶養)하는 생명의 그물망 안에 있는 모든 가닥이 서로 계속 이어져있도록 해주는 일”이라고 설명한다. 베리가 의미하는 살림의 가장 큰 특성은 이어준다는 것이다. 선생님은 작품 속 농장일에 관계하는 여러 등장 인물들을 통해 농장의 가축과 나를 이어주는 살림, 농장 구성원 각자를 모두 이어주는 살림, 마을 공동체를 하나로 이어주는 살림, 인간 문화와 야생의 자연을 이어주는 살림이 지구 생태 환경의 건강성을 지키기 위해 우리 안에 회복시켜야할 근원적 삶의 태도임을 환기하였다.
다음으로 이규인 선생님은 ‘아프리카의 생태 건축 답사 노트’라는 제목으로 다년간에 걸쳐 아프리카에 다녀온 소중한 기록을 발표하였다. 서아프리카 지방 Kumasi의 재래시장, Cape Coast에 있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고향, Elmina의 노예 무역 유적, 교통 문화, 생태건축물인 TATA House, 티에벨레의 원통형 건축, 젠네(Djenne)의 그랜드 모스크(The Great Mosque of Djenne)의 장관, 우기가 지난 후 그랜드 모스크의 녹아내린 흙을 보수하기 위한 축제, 198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Dogon Village와 공동체 문화, 자연과 합일을 이루는 Adobe 건축, 동아프리카의 라리벨라, 콘소, 오모 밸리, 그리고 세렝게티의 아름다운 광경 등 선생님은 아프리카의 생태 건축물을 홀로 찾아다니면서 찍은 진귀한 사진과 여행 중 경험한 수많은 이야기를 풀어내었다. 친절하고 순수하며 또한 문화적으로 빼어난 아프리카 사람들에 대한 선생님의 설명은 그간 대중매체를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질병과 기아의 아프리카가 얼마나 제한된 이미지였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