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청계천 문화관과 청계천 탐방
참가자: 강규한, 김길중, 김영미, 김원중, 김유중, 김유중 선생님 사모님, 김정희, 민홍석, 서화숙, 신문수, 이도원, 이선주, 이영현, 정은귀, 황영심
장소: 청계천 문화관
이번 모임은 우선 청계천 문화관을 관람하고, 다음으로 청계천 관련 논문 <“복원된 청계천”과 그 후>와 소설 《천변풍경》에 관한 세미나를 한 후, 청계천을 산책하는 것으로 마무리 되었다. 먼저 청계천 문화관 박민아 학예사(curator)의 안내로 복개 전과 후, 그리고 최근의 복원까지의 청계천의 역사를 각종 모형과 지도, 사진, 문헌 자료를 통해 살펴보면서 청계천 복원의 의의와 서울시 환경에 미친 순기능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오후 5시경 논문의 저자이신 김정희 선생님의 안내로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김정희 선생님은 <“복원된 청계천”과 그 후>를 통해 2005년 10월 청계천 복원의 목적과 당시의 상황을 되짚으면서 첫째, “복원된 청계천”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투영된 공간이며 둘째, 1410년 이래로 600여년의 시간이 중첩된 공간(시간의 공간화)이자 시대와 장소를 달리하는 각종 물체들이 한 번에 뒤섞여 혼종성을 띠는 공간이라는 점에 있어서 포스트모던한 공간이지만, 청계천만의 장소 특수성이 사라지면서 안타깝게도 무장소적인 경관을 갖게 되었다는 점을 이야기하셨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먼저 논문 시작 부분에서 보이는 날카로운 비판이 결론으로 가면서 강도가 조금 약해진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정은귀 선생님께서는 복원된 청계천이 사실 소자, 르페브르, 푸코의 포스트 모던적 해방 공간 개념에까지는 닿지 못하고 그 흉내만 내는데 그치고 있다고 하면서, 논문에서 그 둘의 차이점을 언급한다면 좀 더 날카로운 비판이 될 것이라는 점을 제안하셨다. 복원된 청계천 자체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비판이 쏟아졌다. 우선 청계천을 혼종성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는 물체들, 즉 전태일 기념상과 올덴버그의 소라탑, 청계 광장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들, 군데군데 위치한 분수, 요란한 다리의 장식 등은 진정한 장소감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 언급되었다. 이처럼 장소에 대한 진정한 이해 없이 무조건 각종 물체들을 한 공간에 끌어 모아 전시하는 행위는 정부에서 내세우는 공공미술의 문화 친화적 사업이 아니라 오히려 환경 공해일 뿐이라는 데 많은 분들이 동의하였다.
한편 김길중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선생님들께서 비록 청계천이 “복원”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옛날 청계천과의 심리적 일치가 일어나지 않는 점에 대해 말씀하셨다. 그 주요 이유는 옛날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깡그리 지워버린 채 수로 건설에만 집중하여 복원하였고, 시멘트로 메워진 청계천 바닥이나 전기를 이용해 물을 끌어 대고 있는 인공성 때문임이 지적되었다. 그러므로 청계천에서 이루어진 “복원”은 인간과 자연의 생태적 조화를 총체적으로 고려한 진정한 의미의 복원이라기보다는 정책을 수행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자의적으로 정당화된 “복원”이라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복원된 청계천”에 관한 논의는 겉으로는 환경 친화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실상은 또 다른 방식의 “개발”(development)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정부에서 추진 계획인 4대강 정비사업 또한 청계천의 실패를 전국으로 확대 적용하는 사례가 될 뿐이라는 우려와 함께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