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백석의 시에 나타난 풍경의 모습과 장소의식>에서 끌어낼 수 있는 생태의식
참석자: 강규한, 고형진, 김영미 김원중, 김정희, 민홍석, 박찬구, 서화숙, 신문수, 이도원, 이동환, 이선주, 이영현, 이종찬
장소: 미국학연구소 세미나실
이번 모임에서는 고형진 선생님의 안내로 <백석의 시에 나타난 풍경의 모습과 장소의식>을 함께 살펴보았다. 백석의 시에 드러나는 우리나라의 산천의 다양한 모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평생 방랑벽을 지녔던 그의 삶의 궤적을 먼저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1912년 평안북도 정주에서 출생한 백석은 일본 유학 후 조선일보 기자로 있었던 1936년, 첫 시집 《사슴》을 출간한다. 이후 그는 사랑하는 이가 살았던 남쪽 통영에서부터 북으로는 함흥, 신의주를 거쳐 한때 만주에까지 머무르며 우리나라 방방곡곡의 독특한 삶의 모습과 풍경을 다채로운 방언과 토속어를 통해 시로 그려내었다.
이후 고형진 선생님과 함께 ‘여우난족골’, ‘고야’, ‘통영’, ‘북관’,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북방에서’, ‘흰 바람벽이 있어’,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석양’ 등 백석 시의 특징을 잘 드러내는 몇몇 작품들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토론에서 다루어진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우선 백석의 시에서는 유난히 먹는 것과 관련된 이야기가 많다. 이것은 백석이 우리의 토착 생활문화(특히 함께 먹을 것을 만들고 나누는 음식문화)를 자주 시의 주제로 다루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 시에 자주 언급되는 ‘가난하다’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양한 해석이 있었다. 하지만 이 가난은 계급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자발적 가난’, 혹은 ‘무욕과 순수’로 해석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3. 한편 그의 문체와 감각도 중요한 토론 주제로 다루어졌다. 백석 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여러 겹의 수식(반복과 나열)은 우리나라 전통 판소리에서 온 것으로 여겨지며, ‘나는’과 같은 주어를 자주 언급하는 것은 영어의 영향으로 보인다. 또한 시각, 청각, 미각, 촉각 등 다양한 감각들이 사용된 것도 백석 시의 한 특징으로 언급되었다.
4. 백석의 시에 유난히 식물, 동물 이름이 많이 나오는 것은 그의 박물학적 관심이 표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도 있었다. 즉 백석은 당시 일본을 통해 자연사(박물학)를 접할 기회가 많았을 것이고, 더구나 그의 고향 근처가 갖가지 광물의 보고였던 이유에서 이를 충분히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5. 백석의 시를 생태학적으로 접근한 견해도 있었다. ‘산비’를 비롯한 《사슴》에 실린 초기시의 경우 자연의 전일적 세계를 그림으로써 삼라만상이 연결되어 있다는 생태학적 의미를 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6. 위와 관련하여, 유난히 백석이 자신의 시에 방언이나 고어를 많이 사용한 이유 또한 시간적, 공간적으로 사라져가는 것들을 되살려 삶의 전체상을 회복해보고자 하는 의도로 읽을 수 있는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었다.
7. 마지막으로 북관지역(함경도) 사람들의 독특함을 보여주는 ‘석양’과 같은 시가 많은 것은 함경도에 대한 지역색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