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2010

계방산 생태 환경 답사

연도 2010
기간 2010. 5. 15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5-02-19
조회
3624

참가자: 강규한, 김영미, 민홍석, 박찬구, 강진숙, 박필선, 신문수, 이영현, 이정환, 이종찬, 한미야

장소: 강원도 계방산 

  일행은 아침 7시 30분에 종합운동장역에서 출발하여, 계방산 조사차 미리 현장에 가 계셨던 박필선 선생님을 만나 11시경 운두령에서부터 등산을 시작하였다. 우선 계방산은 다음과 같이 소개할 수 있겠다. "계방산(桂芳山, 1,577m)은 한라산, 지리산, 설악산, 덕유산에 이어 남한에서 다섯 번째로 높은 산이다. 산약초, 야생화 등이 많이 서식하고, 희귀수목인 주목, 철쭉 등이 군락을 이룰 뿐만 아니라 계곡 가득히 원시림이 들어차 있어서 생태계 보호지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신문수 선생님께서 당일 배포하신 자료) 이번 등산에서 산약초는 발견할 수 없었지만, 산 전체를 채우고 있는 울창한 수목들과 능선을 따라 펼쳐진 야생화들은 말 그대로 환상적이었다. 무엇보다도 계방산에서는 신갈나무를 많이 볼 수 있었고, 그 사이로 종잇장처럼 껍질이 벗겨지는 거제수나무, 이파리를 물에 담그면 파래지는 물푸레 나무, 수피가 코르크 재료로 사용되는 황벽나무, 소나무, 야광나무, 분비나무 등의 다양한 군락이 형성되어 있는데, 나무들이 이처럼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던 이유는 산세가 험하여 사람들의 발길이 뜸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필선 선생님은 나무의 키, 나무가 자라난 모양, 식물의 분포 지역, 주변에 흩어진 낙엽과 흙을 통해 숲이 간직하고 있던 숨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 내셨다. 소나무 둥치의 갈라진 모습에서 읽어낼 수 있는 과거 산불의 흔적, 덩치 큰 나무들이 해를 가려서 결국 말라 죽을 수 밖에 없었던 키작은 나무들의 비운, 또 이와 반대로 주변 나무들의 방해에도 불구하고 꿋꿋히 포기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가(때로는 30년 이상씩이나) 적당한 때 뜻을 펼치는 어떤 나무의 인내심, 엊그제 멧돼지가 다녀간 후 아직 흙이 마르지도 않은 채 파헤쳐진 자욱들... 박 선생님의 설명을 통해 숲을 알고 나니 마침내 숲이 보이기 시작하고, 또 숲의 이야기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날 일행에게 계방산 등산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만은 않았다. 쉼터부터 능선까지의 깎아지른 듯 가파른 구간은 상당히 힘든 길이었다. 사람들에게 쉽게 입산을 허락하지 않는 그 지점을 “계방산의 맛”이라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힘든 구간을 통과한 뒤 눈앞에 펼쳐지는 보라빛 야생화 군락지를 마주치게 되면, 고생스럽던 생각은 어느새 싹 사라지고 만다. 산 중턱만 해도 키 큰 나무에 가려 야생화가 별로 눈에 띄지 않다가, 나무들의 키가 작아지는 산 정상 부근의 능선부터는 본격적으로 보라색 얼레지와 노란 양지꽃이 지천으로 펼쳐진다. 군데군데 현호색과 노랑제비꽃, 피나물, 꿩의 바람꽃(아네모네)도 발견할 수 있었고, 사약으로 썼다는 박새도 눈에 띄었다.

  "정상에 오르면 백두대간의 실한 등줄기를 한눈에 볼 수 있어 인근에서는 최고의 전망대로 손꼽힌다. 북쪽에 있는 홍천군 내면의 넓은 골짜기와 설악산, 점봉산, 그리고 동쪽으로는 노인봉과 대관령, 서쪽으로는 회령봉과 태기산이 파노라마를 연출한다. 늘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정상은 일망무제로 전망이 터진다." (당일 배포 자료) 아기자기한 야생화를 따라 즐겁게 산책하다 보니 어느새 계방산 정상에 이르렀다. 사방이 탁 트인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굽이치는 주변 산세는 참으로 절경이었다. 서울로 올라가는 차 시간 때문에 근처 주목 군락지는 들르지 못했지만, 신기하게도 하산 중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를 커다란 주목 한 그루와 마주치는 행운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