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2011

강원도 철원 철새 탐조

연도 2011
기간 2011. 11. 26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5-02-19
조회
3782

참가자: 김길중, 김여진, 김영미, 김원중(사모님, 아드님과 함께), 김일남, 김정희, 남다윤, 민홍석(사모님, 따님과 함께), 송준만, 신문수(사모님과 함께), 이영현, 정호원, 한미야(아드님, 따님, 친구 2명과 함께), 홍휘숙

장소: 강원도 철원군

  오전 8시에 2호선 종합운동장역을 출발하여 진접, 포천을 거쳐 정확히 9시30분 철원 군청에 도착한 일행은 민통선 진입 허가서를 받자마자 바로 철새가 살고 있는 철원 평야를 찾았다. 철원에서 관찰할 수 있는 철새는 두루미 종류(흑두루미, 재두루미, 단정학 등)와 쇠기러기, 고니, 독수리 등이다. 러시아 부근에서 번식하는 철새는 11월이 되면 새끼와 함께 3-4일을 날아서 월동지 철원을 찾아온다. 오전 10시부터 탐조를 시작한 우리 일행은 드넓은 철원 평야 군데군데 모여있는 두루미 가족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항상 알을 2개 낳는 두루미는 아빠와 엄마, 새끼 두루미 2마리 이렇게 4마리가 한 가족으로 항상 같이 다닌다고 한다. 

  두루미는 밤이 되면 근처 개울가에서 한 다리를 물에 담그고 다른 다리와 머리를 날개 죽지에 묻은 채 똑바로 서서 잔다고 한다. 날이 추워 물이 얼 때는 양다리를 서로 바꾸어가면서 자야 다리가 얼어붙지 않는데, 아직 요령이 없는 새끼 두루미의 경우 밤새도록 한 다리로만 서서 자다가 물이 얼어서 다음날 다리가 부러지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다고 한다. 두루미를 찾아 논에 시선을 집중하는 사이사이 머리위로 수백 마리의 쇠기러기 떼가 장관을 이루어 날아간다. 대머리 독수리는 아직 철원으로 올 시기가 아니라서 직접 보지는 못하고 두루미 박물관에서 나중에 박제로 확인할 수 있었다.

  철새들을 쫒아 철원 평야를 달리는 도중 김일남 해설사님으로부터 철원의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10세기경 궁예가 세운 후고구려(태봉국)의 도읍지였던 철원은 현재 구철원과 신철원으로 나누어져 있다. 남북이 분단되기 전 철원은 강원도의 도청소재지로서 우리나라 최초 전기철도(금강산 행)가 운영되었던 철원역과 강원도립병원이 위치하였을 만큼 융성했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이 구철원에 흔적으로만 남아 있다. 6.25 전쟁 중에 모두 불타버리고 지금은 허허벌판이 된 구철원 시가지에서는 분단의 아픔이 그대로 느껴진다. 전쟁 중에는 북한군과 국군이 철원에 교대로 주둔하는 바람에 주민들은 하룻밤 새 세상이 뒤바뀌는 고초를 여러 번 겪었을 뿐만 아니라 제 집과 논밭이 민간통제구역으로 묶여 지척에 두고도 그저 바라만 보아야 했다. 북한군이 짓다 만 다리를 후에 국군이 완성하여 결과적으로 두 건축 양식이 섞인 한탄강의 승일교가 바로 이런 철원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한편 전쟁 통에 사방에 뿌려진 지뢰때문에 나중에 고향을 다시 찾은 주민들이 논밭을 개간할 때 지뢰사고도 빈번하였다고 한다. 현재 민통선 안쪽 철책 부근 마을에 살고 계시는 김 해설사님도 아직 밭에서 간간이 지뢰를 캔다고 하시니 이 아름다운 고장에 전쟁의 상처가 얼마나 깊은지 짐작할 수 있다.

  철원을 가로지르는 한탄강은 여름에는 래프팅장소로 겨울에 얼음이 얼면 트래킹 장소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이다. 한탄강을 따라 검은 현무암 용암대지가 펼쳐진 직탕폭포와 번지점프대가 설치된 태봉대교를 지나 평화전망대로 올라갔다. 평화전망대에서 내려와 "철마는 달리고 싶다"로 유명한 월정역의 녹슨 열차를 구경한 뒤 바로 옆 두루미 전시관으로 가서 철원에 사는 온갖 야생동물들과 철새를 박제로 구경하였다.

  점심을 먹은 후 국보 63호 “철조비로좌나불자상“(통일신라시대 철불)이 있는 도피안사를 들렀다. 이 검은 철불은 철원에 주둔하던 한 연대장의 꿈에 나타난 후에 비로소 발굴되었다는 이야기가 함께 전해진다. 여행의 마지막 코스로 암벽에 세워진 아름다운 정자 고석정을 찾았다. 고석정 맞은편 바위 동굴에는 조선 명종 때 임꺽정이 기거했다고 하는데, 이곳은 최근 TV 드라마 ‘추노‘와 ’무사 백동수‘를 촬영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4시반경 우리 일행은 철원 군수님이 선물로 주신 철원 오대쌀을 한아름 안고서 서울로 출발했다.

  이번 여행을 통해 우리 일행은 철원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다양한 문화유산, 그리고 가슴 먹먹한 역사를 생생히 경험할 수 있었다. 또한 지난 60년간 출입이 통제되는 바람에 다양한 식물 분포를 보이는 지뢰 지대나 중생대 습지가 보존되어 있는 DMZ 등 철원이 생태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장소임을 더불어 알게 되었다. 철원의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현재 중앙생태계 환경보존 연구회를 맡고 계시는 정 회장님과 회원들께서는 매년 겨울 철새의 숫자를 파악하고 토교저수지를 비롯한 전방 3개 저수지의 외래어종을 조사, 기록하는 등의 중요한 임무를 맡고 계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