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2012

북한산 양치식물 탐방

연도 2012
기간 2012. 5. 25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5-02-19
조회
3860

참가자: 고형진(사모님과 함께), 김영미, 김원중, 박찬구(사모님과 함께), 신문수, 황영심

장소: 북한산 국립공원

  오후 1시30분에 북한산국립공원 구기탐방지원센터에 모인 일행은 약 4시경 문수사에 도착, 완만한 능선을 따라 북한산성의 대남문, 대성문을 지난 후, 오후 6시경 평창동 쪽으로 하산 완료하였다. 양치식물을 꾸준히 연구해 오고 계신 황영심 선생님의 안내로 북한산에 자생하는 고사리 종들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이번 산행의 주요 목적이었다. 북한산 답사를 통하여 우리 일행은 10여종 이상의 다양한 고사리와 고사리 군락지 몇 곳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다른 자연 답사와 달리 고사리 하나만 집중하였기 때문에 대상을 훨씬 심도있게 비교,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이 이번 답사의 가장 큰 장점이었다. (이하 고사리 종에는 작은 따옴표를 붙인다)

  어둡고 습한 곳에 서식하는 음지 식물이라는 통념과 달리 고사리는 성장에 햇빛이 반드시 필요한 양지 식물이다. 그래서 고사리는 산길 주변 어느 정도 해가 드는 습한 곳에 주로 번식하는 식물로서 나무가 우거져 햇볕이 잘 들지 않는 숲속에서는 오히려 찾아보기 힘들다. 고사리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황 선생님께 들으며 산길을 들어서자마자 등산로 곁으로 줄지어 있는 고사리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종들은 ‘뱀고사리’, ‘애기족제비고사리’, ‘가는잎족제비고사리’였고 버들치 교(냇물에 버들치가 살기 때문에 붙여진 다리 이름) 근처 바위벽에는 파릇파릇한 ‘넉줄고사리’들이 달려 있었다. ‘넉줄고사리’는 예쁜 모양 때문에 고사리들 중 관상용으로도 인기가 많다. 비슷비슷한 외양을 가진 고사리들 중 가장 구별이 쉬웠던 ‘황고사리’, 그리고 문수사를 200미터 앞둔 지점에서 딱 한 잎 남은 ‘관중’과 ‘털고사리’(혹은 ‘곱새고사리’)도 발견하였다.

  고려 예종 때 창건되었다는 문수사는 마침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연등과 각종 꽃장식 준비로 안팎이 매우 분주하였다. 문수사는 문수봉 바로 아래 절벽 위에 지어졌기 때문에 사찰 앞이 탁 트여 있어서 보현봉을 비롯한 북산한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문수사를 출발한지 얼마 되지 않아 우연히 '미스 김 라일락'과 마주쳤다. 미스 김 라일락은 1947년 미 군정청 소속 한 식물학자가 북한산에서 자생하던 흰정향나무의 종자를 미국으로 가져가 개량한 품종으로서 당시 곁에서 자료 정리를 도왔던 한국인 연구원의 성을 따서 '미스 김 라일락'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2년 전 황영심 선생님은 문수사에서 대남문으로 가는 능선 바위벽에서 ‘금강가물고사리(우드시아)’로 추정되는 귀한 양치식물을 발견하셨다. ‘금강가물고사리’는 우리나라 북방계 자생종으로 기록에만 남아있을 뿐 실물이 확인되지 않고 있었던 터라 우리나라 양치식물 연구에 상당한 의의를 갖는 발견이었다. 이번 산행에 모처럼 같은 장소를 지나게 되어 지난번 발견 위치를 중심으로 ‘금강가물고사리’를 다시 찾아보았으나 그동안 비바람에 씻겨 떨어져 나갔는지 안타깝게도 찾을 수가 없었다.

  대남문에서 대성문으로 가는 등산로 주변에는 ‘뱀고사리’가 주를 이루는 넓은 고사리 군락지가 있었고, 대성문 돌담 사이에는 ‘우드풀’ 군락지가 있었다. 어떤 이유에서인지 북한산성의 다른 돌담과 달리 이곳 대성문 돌담은 마침 습도와 일조량이 '우드풀'이 자라기에 적절한 환경을 이루고 있었다. 전형적인 고사리와는 조금 다른 모습을 갖고 있는 '우드풀'은 잎을 이루는 결 하나하나가 오밀조밀하다. 여름에는 풍성하게 아래로 늘어져서 장관을 이룬다고 하는데 아직 시기가 일러서 그런지 잎이 그리 크지는 않은 상태였다.

  산행 중 노린재나무, 아까시나무, 귀룽나무, 작살나무, 생강나무, 신갈나무 등 다양한 나무도 만났다. 강원도 지방에서는 산동백으로 불리며 4월 경 노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는 남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붉은 꽃이 피는 동백과는 전혀 다른 식물이다. 김유정의 <동백꽃>에서 주인공과 점순이의 애매모호한 마지막 러브신 중 “퍼드러진 노란 동백꽃 속으로 폭 파묻혀 버렸다”의 그 동백이 바로 생강나무 꽃이다. 하산 길에는 조록싸리, 참싸리, 땅비싸리 등 다양한 싸리와 노란 애기똥풀, 그리고 가느다란 줄기가 국수 면발같다고 이름 붙여진 국수나무를 볼 수 있었다. 특히 국수나무는 늘 길 옆에 서식하기 때문에 산에서 길을 잃었을 때에는 국수나무를 따라 내려가라는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