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2012

북극지방의 생태환경

연도 2012
기간 2012. 9. 14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5-02-19
조회
3812

참석자: 강서정 고형진 김영미 김원중 신문수 이종찬 정은귀 한미야 황영심

장소: 미국학연구소 세미나실

  이번 세미나 발표 주제는 2012년 8월에 북극을 다녀오신 황영심 선생님의 '북극지방의 생태환경'이다. 황영심 선생님께서는 각각 2011년과 2012년 여름, 극지연구소 탐사대와 함께 스발바르 제도를 다녀오셨다. 북위 79도의 스발바르 제도는 스피츠베르겐, 노르오스트란데, 바렌츠 등의 섬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섬의 85%는 빙하로 덮여있는 툰드라 지역이다. 바이킹 시절부터 역사적 기록이 남아있는 스발바르는 1596년 네덜란드인인 빌렘 바렌츠에 의해 재발견된 되었고, 1920년 파리에서 맺어졌던 스발바르 조약으로 인해 현재는 노르웨이가 관할하고 있지만 실상은 가입 조약국들의 국제 공유지이다. 스발바르는 크루즈 관광산업과 함께 다량의 천연가스를 보유한 자원의 보고로 널리 알려져 있다.

  탐사대는 주로 스피츠베르겐 섬의 롱이어뷔엔과 뉘올레순을 중심으로 조사를 진행하였는데 그 중에서도 롱이어뷔엔이 이번 발표의 초점이었다. 발표는 주로 사진자료를 보면서 황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선생님은 롱이어뷔엔 공항 주변의 황량했던 풍경들, 차창에 비친 광산의 흔적, 잠시 머물렀던 호텔과 북유럽 특유의 정취가 느껴지는 롱이어뷔엔 시내의 건물들을 먼저 소개해 주셨다.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스발바르 종자저장소(Global Seed Vault)인데, 이곳은 마치 노아의 방주처럼 지구 멸망을 대비하여 전 세계 각국에서 보낸 식물 종자를 안전하게 저장하는 지하 공간이라고 한다. 전 지구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장소임에도 불구하고 외부출입이 엄격히 제한되어있는 바람에, 종자 저장소를 찾은 사람들은 그저 밖으로 드러난 하얀 콘크리트 구조물만 구경할 수밖에 없다.

  "너무나 황량해서 아무것도 없어보였다"는 황 선생님의 롱이어뷔엔 공항에서의 첫 느낌은 곧 주변의 식물과 동물들 그리고 바다와 빙하가 서서히 눈에 들어오면서 너무나 아름답고 매력적으로 바뀌었다고 말씀하셨다. 북극 꽃고비, 북극 황새풀(코튼 그래스), 스발바르 양귀비, 노랑습지범의귀, 북극쇠뜨기, 북극포아풀, 북극이끼장구채, 북극콩버들, 북극담자리꽃나무 등 1년 내내 빙하로 덮여있는 툰드라지역이라고 하기에는 무색하리만큼 북극의 풀과 관목들은 다양하면서도 알록달록한 자태를 자랑한다. 탐사대는 이런 북극 식물들을 조사하여 우리나라 식물명을 붙이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다산과학기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북극식물』로, 그리고 올해는 작년 조사를 보강한 『북극 툰드라 식물』이라는 책자로 결실을 맺었다. 한편 롱이어뷔엔에서 볼 수 있었던 동물들은 여우, 북극제비갈매기, 순록 등이 있고, 특히 북극 식물들을 위한 양분이 되는 순록의 똥은 북극 자연의 생태적 순환의 일면을 잘 보여 주고 있다. 남은 시간에는 뉘올레순에 있는 다산과학기지와 빙하, 북극해를 찍은 사진을 빠르게 감상하였고, 변화하는 기후와 몰려드는 인간에 의해 앞으로 북극이 어떻게 적응해 갈지에 관한 염려와 함께 황 선생님의 발표가 마무리 되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1) 우선 북극 식물 이름 명명법에 대한 질문이 있었는데, 아직까지 계속 조사 중인 북극 식물 중 새로운 종들이 발견되면 식물 분류의 일정한 절차에 따라 이름을 붙인다는 설명(참고 논문 : 이규, 한동욱, 현진오, 황영심, 이유경, 이은주 (2012) 북극권 스피츠베르겐 섬의 관속식물 국명 목록. Ocean and Polar Research 34: 101-110)과 함께 황 선생님은 앞으로 우리도 북극 개발에 적극 참여할 계획인 만큼 북극 식물에 우리나라 명칭을 붙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라는 점을 강조하셨다. 그리고 2) 유럽인에 의해 열대 원주민이 야만인으로 타자화 되었듯이 역시 유럽이 북극 원주민과 처음 조우하였을 때에는 그들을 '에스키모(날것을 먹는 사람들)'로 낮추어 불렀으나 오히려 지금은 에스키모라는 명칭에 비하의 의미가 엷어졌다는 사실, 3) 북극과 남극의 개발로 인한 환경 파괴가 지구 기후 전체의 안정성을 무너뜨리는 바람에 근래의 기상이변이 초래되었다는 의견 등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