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역마>와 <메밀꽃 필 무렵>의 토포필리아적 비교 연구 / 영국에서 생각해 본 한국
참석자: 고형진, 김원중, 김태웅, 박찬구, 손승현, 신문수, 안보라, 이덕화, 이도원, 한미야, 황영심
장소: 미국학연구소 세미나실
이덕화, 박찬구 두 선생님의 발표가 있었다. 먼저 이덕화 선생님은 ‘「역마」와 「메밀꽃 필 무렵」의 토포필리아적 비교 연구’를 발표하셨다. 김동리의 「역마」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의 주인공들은 각각 장터와 주막집을 배경으로 하여 장돌뱅이의 삶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보인다. 각 작품의 주인공들은 자신의 처한 공간을 친밀한 장소로 변화시키는 장소애(topophilia)에 입각한 삶을 살아간다. 「역마」의 주인공은 화개장터와 주막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성장하며 자연과의 유기체적 조화를 추구한다. 주객일체, 천인합일, 낙천지명의 자연관이 소설을 지배하는 정서라고 할 수 있다. 「메밀꽃 필 무렵」은 가족 로망스를 꿈꾸는 서사로서 가족과의 정착을 꿈꾸는 주인공의 봉평으로 통하는 ‘길’에 대한 토포필리아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달밤의 정경에 대한 작가의 유려한 묘사는 평창 지방이 가지고 있는 달밤의 정취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 아니었을까 하는 의견과 함께 근대화 이전 우리 강산의 보편적 아름다움에 대한 향수어린 논의가 있었다.
다음으로 박찬구 선생님께서는 지난 1년 간 영국 캠브리지에서의 생활을 추억하며 ‘영국에서 생각해 본 한국’이라는 주제로 발표하셨다. 영국과 아일랜드의 유서 깊은 문화유적, 아름다운 풍광 사진과 함께 선생님은 영국과 아일랜드인의 사고방식, 문화 그리고 그곳에서의 한류 열풍과 높아진 우리나라의 위상을 소개하셨다. 또한 우리 안의 서양 콤플렉스에 대한 반성과 주체적 사고의 필요성이 논의되었다. 다른 한편, 선생님께서는 캠브리지에서 만난 아일린 할머니와의 우정을 소개하셨는데, 아일린 할머니는 우리나라에서 1926년 출생하여 소녀시절을 서울에서 보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일본인의 만행과 우리 조상들의 풍습, 성정을 고스란히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할머니가 어린 시절 기억을 그림으로 옮겨놓은 작품들 또한 감상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