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집단인 이론 / 도시의 야생성, 꿀벌에서 찾다
참석자: 강혜순, 고동욱, 김영미, 김요섭, 김종철, 노관평, 노동욱, 박완혁, 박한제, 신문수, 신승한, 안태홍, 이도원, 이영현, 이원재, 이윤환, 이종찬, 정연정, 조유리, 한미야, 황영심
장소: 미국학연구소 세미나실
김요섭 선생님의 <『의심스러운 싸움』에 나오는 "집단인" 이론을 토마스 실리의 『꿀벌의 민주주의』로 분석하기>, 고동욱 선생님의 <도시의 야생성, 꿀벌에서 찾다> 발표가 있었다.
노동쟁의를 다루고 있는 존 스타인벡(John Steinbeck)의 <의심스러운 싸움>(In Dubious Battle, 1936)은 1930년대 심각한 경제 불황의 여파로 맑스의 좌익사상이 널리 퍼지고 있던 사회적 분위기로 말미암아 주로 프롤레타리아 계급의 사회저항 소설로 평가되어 왔다. 그러나 김요섭 선생님은 스타인벡을 휴머니스트, 자연주의자, 생물학자, 경제학자 등으로 다양하게 평가하는 비평적 흐름을 바탕으로 이 작품을 "집단인"(group men)이라는 생물학적 개념과 실리(Thomas Seeley)의 꿀벌 생태 연구서인 <꿀벌의 민주주의>를 관련시켜 흥미롭게 분석하셨다. 꿀벌 집단은 낱낱의 개체라기보다는 통합된 전체로서 기능하는 집합체의 성격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스타인벡이 자신의 몇몇 작품에서 언급하였던 "집단인"의 개념으로 볼 수 있는데, 하나의 조화로운 유기체를 형성하는 꿀벌 집단과 달리 <의심스러운 싸움>의 노동자 집단은 내적 통합을 이루는 진정한 "집단인"이 되지 못하는 한계를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하셨다.
고동욱 선생님은 도시 텃밭이나 도시 정원과 더불어 메마른 도시 안에서 제한적이나마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방식의 하나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양봉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현재 국민대 뒷동산에서 제자들과 함께 꿀벌을 기르고 계시기도 한 선생님은, 벌의 종류와 습성, 양봉 방식을 사진과 비디오 등 다양한 자료를 토대로 재미있게 풀어주셨다. 보통 양봉은 꿀을 얻기 위한 목적이 우선시되는 경우가 많지만 선생님은 그러한 경제적 이득보다는 도시 안에서 벌이 줄 수 있는 생태계 서비스(화분 매개충으로서의 역할)를 고려하는 교육적, 문화적 측면, 그리고 더욱 근원적으로는 자연과 멀어진 도시인들에게 자연의 야생성을 회복하는 작은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도시 양봉의 의의로 제시하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