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2015

알렉산더 훔볼트의 자연사: 아메리카와 유럽의 문화 융합 / '농가월령가' 다시 읽기

연도 2015
기간 2015. 4. 17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5-04-29
조회
3590

참석자: 고형진, 강서정, 김영미, 김원중, 김종철, 김태웅, 박찬구, 박한제, 손승현, 신문수, 안로라, 이규인, 이덕화, 이도원, 이영현, 이원재, 이종찬, 이준선, 이창호, 정연정, 최동오, 한미야, 황영심

장소: 미국학연구소 세미나실

  이종찬 선생님께서는 “콜롬버스의 지리상 발견”의 역사와는 상이한, “훔볼트(Alexander von Humboldt, 1769-1859)의 자연사적 발견(혹은 발명)”을 통한 라틴아메리카와 유럽의 관계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유럽: 열대=근대: 전근대”라는 등식은 유럽 인류사의 관점에서 일방적으로 열대를 정의해 온 서구중심주의의 산물로서, 자연사의 관점에서 역사지리적(historiographical)으로 사태에 접근할 때만이 비로소 이 둘의 관계를 균형있게 파악(열대가 유럽의 정체성 형성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쳤는지)할 수 있다. 선생님께서는 서구의 근대성을 규정하는 여러 가지 특징들은 첫째, 수많은 유럽 탐험가들의 “생물지리적 탐험”(biogeographical exploration)에 크게 힘입고 있다는 점, 둘째, 이런 생물지리적 탐험으로 비롯된 유럽과 열대의 자연사적 문화 융합(transculturation)을 통해서 만들어 진 것이라는 점을 특히 강조하셨다. 예컨대 유럽의 “낭만주의”는 훔볼트의 탐험 이후 생겨난 라틴 아메리카 열대 자연에 대한 낭만적 감각에서 촉발되었으며, 유럽의 근대 자연사는 열대의 자연사 지식과의 문화 융합(수리남의 흑인 노예 콰시무캄바의 약초 이야기)으로 더욱 탄탄해 질 수 있었다. 요컨대 자연사를 관통하는 역사지리적 사유는 인류사에 의해 간과되고 왜곡된 기존의 서구중심적 역사 인식을 바로잡을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김종철 선생님께서는 <농가월령가>에 드러나는 자연, 인간, 공동체의 의미에 관해 말씀해 주셨다. <농가월령가>는 조선 후기 정학유(다산 정약용의 차남)가 농촌 공동체의 일반 소농을 대상으로 향촌의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지은 권농(勸農) 가사이다. 선생님께서는 당시 양반들이 지니고 있었던 농촌 공동체에 대한 중층적 개념(강호, 전원, 귀거래, 어옹, 애민과 같은 낭만적 개념 vs. 지주, 전호, 조세와 같은 현실적 개념)과 그 아래 깔린 사족들의 정치-경제적 목적을 작품 이해의 배경으로 먼저 설명하셨다. <농가월령가>는 토지 소유나 경작권, 조세 부담 등 농민의 현실적 생존 문제보다는, 노력한 만큼 돌려주는 땅의 미덕이나 근검절약, 예절, 안분, 여유와 같은 인간의 덕목이 주를 이루는 낙관적이고 이상적인 향촌의 이미지를 그려내고 있는 작품으로서, 오로지 재산을 불리는 목적에만 집중하고 있는 <치산가>의 현실성과 좋은 대조를 이룬다. 이 강의를 통해 최근 귀농 현상의 바탕을 이루는 자연과 농촌에 대한 낭만적 개념 역시 조선 시대부터 이어져오던 농촌에 대한 이런 중층적 시각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