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실크로드(우루무치-서안)의 토지와 인간 / 평화의 심연: 히로시마 단상
참석자: 박지향, 박한제, 신문수, 안보라, 이규인, 이덕화, 이도원, 이영현, 이준선, 정연정, 한미야
장소: 미국학연구소 세미나실
먼저 이준선 선생님께서는 ‘실크로드(우루무치-서안)의 토지와 인간’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5월 27일부터 6월 16일까지의 실크로드 답사 여행 경험을 지리학자의 시선으로 전해주셨다. 선생님께서 직접 가보신 실크로드는 여행 이전 막연하게 생각했던 낭만적인 장소가 아니라 피와 눈물이 뒤범벅된 처절한 삶의 현장이었다. 선생님께서는 서안-농서고원-하서회랑으로 이어지는 동부의 실크로드가 그곳의 지리적 요건에 영향을 받았음을 지형, 기후, 그리고 수자원의 측면에서 설명하셨다. 이 루트는 주로 분지와 고원으로 이루어져 지표면보다 온도가 낮은 지형이다. 또한 5000-6000 미터의 높은 산지들이 동서로 뻗어 있고 그 사이에 분지와 저지대가 형성되었는데 그 특징은 ‘고산지대-산록의 사력 선상지-오아시스-저습지나 염호’의 순서가 좌우 대칭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인간은 주로 오아시스에 거주하는데 이렇게 생겨난 오아시스를 연결하는 통로가 바로 실크로드이다. 이 지역은 모래와 자갈이 주를 이루는 건조-반건조 기후로서 일교차가 하루 20도에 육박할 정도로 극심한데, 이처럼 건조하고 일교차가 큰 기후가 포도(혹은 과일)의 맛을 좋게 만든다고 하니, 세상에는 꼭 나쁘기만 한 것도 꼭 좋기만 한 것도 없다는 진부한 진리를 새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화염산, 흑성, 기련산맥 등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오랜 역사가 남겨놓은 유적 사진 등을 통해 우루무치에서 서안에 이르는 실크로드의 자연과 문화를 선생님의 지리학적 지식에 의거한 설명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어 신문수 선생님께서는 ‘평화의 심연: 히로시마 단상’이라는 제목으로 올 1월 말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방문한 후 느낀 감회를 발표하셨다. 선생님께서는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사건을 통해, 과학 기술이 정치, 군사, 경제적으로 이용당할 때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엄청난 파괴력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지적하셨다. 이러한 예는 대통령의 담화발표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발사했다가 13초 만에 공중에서 재가 되어버린 미우주왕복선 챌린저 호 사건이나, 회사 정부 연구기관이 담합으로 화학 약품을 과도하게 사용하고 그 결과 ‘봄을 침묵시켜버린’(레이첼 카슨 『침묵의 봄』) 예에서도 알 수 있다. 원자폭탄의 투하가 인간에게 가져다준 엄청난 비극에도 불구하고 폐허 속에서 어김없이 움튼 화초의 사진은 자연은 인간에게 가장 강력한 희망의 끈임을 알려준다. 일본인들이 겪은 원폭피해의 비극성에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동시에 일본이 원폭피해 사건을 유태인이 당한 학살에 빗대어 자신들을 피해자로 둔갑시키는 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하시면서,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현상이 전후 일본에 대한 처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하셨다. 히로시마가 반핵평화운동의 중심지로서 그 의미를 다 할 수 있으려면 일본이 과거의 침략행위와 그 잘못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선생님께서는 또한 일본의 3대 절경 중의 하나인 이쓰쿠시마 신사와 도리이, 히로시마 평화공원과 나가사키, 최근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군함도의 사진 등 지난 겨울여행 동안 찍은 사진과 함께 그곳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시면서, 일본 우익의 자국이기적 편향과 한국인들이 타지에서 겪어야만 했던 고난을 상기시켜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