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2015

독도평전 / 나무를 배우면서 사람을 생각하자

연도 2015
기간 2015. 12. 4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5-12-09
조회
3604

참석자: 김길중, 김여진, 김원중, 김유중, 김종철, 김태웅, 남진숙, 박지향, 박찬구, 신문수, 신준환, 안보라, 이규인, 이덕화, 이도원, 이영현, 정연정, 한미야, 황영심

장소: 미국학연구소 세미나실

   먼저 이덕화 선생님은 김탁환의 『독도평전』(2001)을 중심으로 독도와 울릉도를 아우르는 화산섬의 생태 환경과 신라시대 이후 독도와 울릉도를 둘러싼 여러 정치 세력의 긴장 관계, 그리고 그 지역에 살았던 주민들의 삶에 대해 발표하였다. 『독도평전』은 고대의 화산폭발로부터 현재까지의 독도와 동해바다의 기원을 다루며 ‘독도’를 마치 실존하는 인물로 접근한다. 독도는 다양한 생명체들이 서식하는 독특한 생태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불과 100년 전까지 물개와 흡사한 강치들의 천국이었다. 이후 이 지역에 서식했던 강치들의 수난과 희생은 독도를 포함한 이곳 화산섬들이 겪어야했던 운명을 상징하고 있다. 신라 시대 이후 이곳 화산섬들은 육지에서 온 정복자들에게 침탈당했고 조선시대 조정의 울릉도, 독도에 대한 무관심은 일본의 이 지역에 대한 탐욕을 자극했다. 여기에 서구 열강들까지 가세하여 독도의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복잡해진 가운데 이 글은 안용복과 홍순철 같은 인물들의 예외적 집념을 조명한다. 발표문은 조선 조정의 안이한 울릉도 독도 정책을 변화시키고자 노력한 안용복을 니체의 대담하고 예측불가능한 ‘초인’ 개념에 의거해 분석한다. 또한 김옥균과 독도의용수비대장 홍순칠의 독도에 대한 염원을 생명의 활력을 불러일으키는 ‘권력의지’ 개념에 비유하여 설명하였다. 선생님의 발표로 독도를 소유하고자 했던 여러 세력들의 움직임과 우리의 영토로서 지켜내고자 했던 인물들의 노력, 그리고 독도를 둘러싼 소유권 분쟁이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님을 새삼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다음은 신준환 선생님의 “나무를 배우면서 사람을 생각하자”는 제목의 발표를 들었다. 신 선생님은 나무를 연구하는 자연과학도로서 나무를 알아갈수록 배우게 되는 나무의 미덕과 지혜를 전해주었다. 나무의 세계는 우리가 당연시하는 가치기준을 상대적인 것으로 만들고 때로는 뒤집기도 한다는 것을 여러 가지 사례로 설명하였다. 나무의 중심은 나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기둥이라기보다는 가지 끝에 움트는 새눈으로서 나무의 새눈은 메를로 퐁티(Merleau-Ponty)의 ‘지향궁’에 상응할만하다. 따라서 숲의 세계에서는 부분이 오히려 개체 전체보다도 더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고사목은 죽음의 의미를 새롭게 생각하게 하는데 나무는 죽어가면서 오히려 생명체들에게 많은 것을 베풀어준다. 인간의 죽음 역시 하나의 씨앗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그들의 가슴에 새로운 질문을 남길 수 있다면 더 풍성한 부활의 사건이 될 수 있다. 또한 인간이 무엇에 대해 안다고 할 때도 한없이 겸손하게 자신과 세상을 성찰해야 함을 나무는 알려준다. 그 예로 ‘대나무가 곧다’는 정의도 인식의 한계를 드러내는 예에 지나지 않는다. 대나무의 서식 공간에 대한 인식이 확대됨에 따라 세상에는 수없이 굽은 대나무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따라서 기존의 인식은 사실 편협한 경험에 근거한 오류임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류로부터 최대한 자유롭기 위해서는 자신을 구속하는 한계를 인식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처럼 독단적 사고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면 우리는 모두 흔들릴 수밖에 없다. 괴테의 말처럼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동시에 자신의 한계를 알면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을 존중할 수밖에 없다. 나무도 마찬가지다. 숲의 나무는 똑바르게 자라지 못하고 서로 어울리며 굽이굽이 커나간다. 이러한 배려와 조화가 있었기에 작가가 찬탄하듯 숲이 아름다운 것이다. 나무와 나무 사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좋은 것, 아름다운 것들이 자라난다. 작가의 다음과 같은 성찰은 우리의 삶의 자세를 돌아보게 한다. “나무는 흔들리지 않아서 강한 것이 아니라 서로 포용할 줄 알아서 강한 것이다.”(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