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미생물 문제는 미생물이 풀어준다」/ 「게리 폴슨의 『손도끼』를 통한 아동, 청소년 생태문학교육」
참석자: 강규한, 권영자, 김여진, 김영미, 김요섭, 김원중, 김종철, 남진숙, 박지향, 박한제, 신문수, 신준환, 안로라, 이덕화, 이영현, 이정학, 황영심
장소: 서울대 미국학연구소 세미나실
발제가 있기 전에 먼저 이덕화 선생님의 최근 소설인 『흔들리며 피는 꽃』이 노근리 평화문학상을 수상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 이덕화선생님 개인의 영광이자 생태문화연구회 모두의 기쁨이기도 합니다.
산문집 발간을 곧 앞두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모두 24분이 원고를 보내주셨습니다. 곧 편집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하게 될 터인데, 많은 협조 바랍니다. 통영 답사가 다음 주로 다가왔습니다. 세부사항이 정해지는 대로 메일로 참여하시는 분께 별도로 안내하겠습니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이정학 선생님께서는 「미생물 문제는 미생물이 풀어준다」라는 제목으로 생물막 오염의 해결방안에 대해 발표하셨습니다. 생물막이란. 미생물 덩어리로 쉽게 정의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생물막은 배 밑창에 엉켜 붙어 배의 속도를 떨어뜨린다든지, 수도관 내에서 오염물질로 작용한다든지, 혹은 해저 탐사 기구에 붙어서 측정 오차를 낳는 것과 같은 문제를 야기합니다. 특히, 각종 유기물이 다량으로 혼합된 폐기물을 처리하여 다시 강이나 바다로 흘려보내는 작업은 매일같이 적정량의 물을 반드시 처리해야하는 작업으로 우리 생활을 유지하는 데 중요합니다. 현재 이러한 폐기물을 처리하는 기술은 크게 두 가지가 상용화되고 있습니다. 하나는 폐기물 속 유기물을 미생물을 이용하여 처리한 후 그 사용된 미생물이 자연적으로 가라앉도록 하고 그 위의 처리된 깨끗한 물을 방류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이 방법은 때로는 미생물이 잘 가라앉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를 보완한 방법으로 MBR(Membrane bioreactor)이 사용됩니다. 이 방법은 폐기물처리 탱크 안에 MBR필터를 설치하여 폐기물 속 미생물이 통과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이는 기존 방법에서 미생물 침전을 위한 탱크가 차지한 만큼의 유효공간이 생긴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Membrane, 즉 필터에 엉켜 붙은 미생물 덩어리를 오랜 기간 동안 여러 명의 사람이 수작업으로 직접 때어내야 한다는 번거로움을 낳습니다. 실제로 탱크 하나를 청소하는데 6개월이 걸린다고 합니다.
폐기물 처리의 관건은 하루에 발생하는 폐기물을 매일 일정하게 처리하여 방출해야한다는 점에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터에 달라붙은 미생물이 많아질수록 들어오고 나가는 물의 압력을 높여야합니다. 그런데 그 압력이 어느 시점에 가면 급격하게 올라가게 되고 보통 이 시점에 다다르면 탱크 안의 필터를 청소합니다. 한편, 이정학 선생님께서는 미생물을 처리하는 대신에 미생물이 갑자기 덩어리를 형성하게 되는 이유에 대하여 탐구하셨습니다. 이를 이해하게 되면 필터에 엉켜붙은 미생물 덩어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이에 대한 해답을 “미생물들이 서로 대화를 한다.”라는 표현으로 비유적으로 설명하셨습니다. 선생님 설명에 따르면, 미생물들은 신호분자를 보내어 자기 주변의 미생물의 개체수를 감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개체수가 일정정도가 넘으면 미생물들은 단체 행동을 하게 됩니다. 단체행동에는 생물막, 즉 미생물 덩어리의 형성이나 생물체를 향한 단체 공격 등이 있습니다. 이렇게 미생물들이 신호분자를 통해 주변 개체수를 감지하는 능력을 ‘정족수 감지’(Quorum Sensing)라고 합니다. 현재까지 발견된 미생물 간 소통에 쓰이는 신호분자는 그람음성균 끼리 사용하는 신호분자, 그람 양성균끼리 사용하는 신호분자, 그람 음성균과 양성균끼리 사용하는 신호분자 정도가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폐기물처리 시에 필터에 엉켜붙는 미생물들의 행동을 일종의 미생물의 단체 행동으로 시각을 바꾸어 이해하시고 신호분자에 효소를 넣어 그 신호분자를 파괴하는 방법을 사용하여 궁극적으로는 미생물들이 덩어리를 이루는 단체행동을 방해하는 기술을 연구하셨습니다. 그리고 2009년에는 지도제자와 함께 논문을 발표하였고 그 후에도 계속 관련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이 기술은 국내, 그리고 서울대 특허 기술이면서 ‘사이언스’지에서도 주목하는 세계적인 연구입니다. 현재에는 효소비용 절감을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단체행동을 하는 미생물의 경쟁 상대가 되는 소수 미생물을 일종의 작은 그릇인 Microbial-vessel 안에 담아 보호한 채로 탱크에 투입하여 이 미생물의 먹이만을 공급하여 소수 미생물을 키우는 방식의 폐기물처리 방법을 연구 중입니다. 즉,미생물 덩어리 문제를 미생물을 파괴하는 방법이 아닌, 다른 미생물을 넣어주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사회 미생물학(Socio-microbiology)적인 방법이 도입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끝으로 선생님께서는 과학자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주장을 할 때 겪게 되는 세 가지 국면을 말씀하시면서 본인의 십오 년 동안의 연구 경험을 정리해 주셨습니다. “첫째, 사람들은 그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국면이 지나면, 사람들은 그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구자가 이 문제까지 해결하면 사람들은 그것이 사실이고 중요하기도 하지만, 새로운 게 아니라고 말한다.”(First, people say it isn’t true; Then, they say it’s true but not important; Finally, they say it’s true and important, but it’s not new)입니다. 그러면서 과연 창의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에 관하여서도 새로운 정의가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모임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시며 발표를 마무리하셨습니다.
김영미 선생님께서는 「게리 폴슨의 『손도끼』를 통한 아동, 청소년 생태문학교육」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셨습니다. 본 발제의 기반은 2015년 12월 『문학과 환경』지에 실렸던 논문으로, 관련 주요 텍스트는 게리 폴슨(Gary Paulsen)의 『손도끼』(The Hatchet)(1987)와 더불어 리차드 루브(Richard Louv)의 『자연에서 멀어진 아이들』(Last Child in the Woods: Saving Our Children From Nature-Deficit Disorder)(2005)입니다.
선생님께서는 문학을 통해 생태의식을 함양하는 것의 가능성을 인지심리학의 측면에서 설명하셨습니다. 문학 텍스트를 읽는다는 것은 인지심리학의 관점에서는 “독자 나름의 인지적 구성물을 구축해내는 이해의 과정”이며, 타인의 이야기를 자신의 배경지식에 근거하여 “자기 이야기로 다시 써내려가는 재서술 과정”입니다(김영미 발표자료 1). 이러한 과정에서 독자는 타인의 경험을 자신의 경험과 별반 다름없이 이해하고 체험하게 된다는 연구 자료들이 있는데, 이러한 연구 자료들은 독자가 문학작품을 읽음으로써 새로운 지식구조를 지닌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 있음을 입증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김영미 선생님께서는 “문학이 타인의 이야기를 독자의 이야기로 재서술하는 공감 과정을 통하여 스스로 의식 전환을 자극한다는 점에서, 문학 생태학은 지식과 당위성을 명시적으로 내세우는 최근의 환경교육보다 문학 텍스트 독서가 생태의식 함양에 더 적절하다”고 주장하셨습니다(1). 게리 폴슨의 『손도끼』는 캐나다에 있는 별거 중인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중에 경비행기가 추락하는 사고를 겪게 되는 소년 브라이언 롭슨(Brian Robson)의 숲 속에서의 처절한 경험을 이야기한 청소년 문학입니다. 이곳에서의 삶은 뉴욕소년인 그가 미디어에서 접하던 숲의 모습과는 완전히 다릅니다. 우선 첫날 밤 자신의 콧구멍까지 달려드는 모기는 그가 이제까지 도시에서 봐왔던 모기가 아닙니다. 또한 소년의 숲속에서의 삶은 그야말로 살기위해 먹이를 찾는 처절한 경험으로 텔레비전에서 보여지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오락적 요소와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때문에 소년은 살기위한 몸부림으로 중대한 시행착오를 반복하게 됩니다. 한편, 소년의 숲에서의 적응은 그가 자신의 가치를 대자연의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대신에 생명을 중심적으로 생각하는 세계관을 획득하면서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청소년들이 작품 『손도끼』를 읽고 소년의 경험에 공감함으로써 생태의식을 함양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김영미 선생님께서는 리처드 루브가 말한 현대 아동, 청소년들의 자연 개념을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하여 설명하셨습니다. 감상의 대상으로서의 자연, 보호를 필요로 하는 우려의 대상으로서의 자연, 비정상적인 두려움의 대상으로서의 자연이 그것입니다.현대 아동, 청소년들에게 자연은 더 이상 땔감이나 먹거리를 구하는 곳이 아니라 낭만적인 감상의 대상으로 자리잡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자연은 일종의 이벤트적 행사로 방문하여 휴식을 취하거나 즐기는 곳으로 더 쉽게 다가옵니다. 또한 현대 아이들에게 자연은 오존층 보호나 수 천 킬로미터 떨어진 아마존 열대 우림의 파괴처럼 막연한 보호의 대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현대 아이들은 숲 속에서 갑자기 동물들이 나타나 무조건 자기를 헤치거나 깊은 숲속에서 유령이나 귀신이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과장된 두려움의 대상으로 자연을 인식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현대 아이들이 자연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게 되는 데에는 이들이 자연으로부터 단절된 삶을 살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원인으로는 녹색공간이 부족한 도시 환경,자연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갖는 것보다 더 생산성이 높은 활동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 문화, 도시 생활이나 메스컴에 따른 바깥에 대한 두려움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또한 컴퓨터, 텔레비전, 핸드폰과 같은 매체를 통한 자연에 대한 간접적 지식 획득은 아이들의 기초 감각을 둔하게 하거나 왜곡된 자연에 대한 인식을 갖게 하고 자신이 자연을 잘 알고 있다는 착각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다른 원인으로는 현대 아이들이 시사 고발적 환경 교육 내용들을 접하면서 자연을 즐거움이나 경외의 대상으로 느끼기 보다는 먼저 두려움이나 재난, 염려와 보존의 대상으로 느끼는 것입니다.
소년이 겪는 자연 경험은 크게 다섯 가지 면으로 정리 될 수 있습니다. 낭만적 자연 이미지 상실, 불가해한 자연, 감각의 발달, 생존의 제 1조건으로서의 먹이 구하기, 동물에 대한 인식전환입니다. 소년은 자신이 직접 본 스컹크가 만화에서 보던 귀여운 이미지가 절대로 아님을 알게 됩니다. 작품에 스컹크의 방귀로 인해 소년은 두 시간 동안 앞을 보지 못하고 자신이 영원히 장님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리고 소년이 목욕을 하기 위해 물가에 있는데 물소가 그를 여러 번 치는 장면도 나옵니다. 소년은 ‘어떻게 이렇게, 아무 이유도 없이 들이 받아버릴 수 있는지’를 계속 생각해 보지만 그 답을 도무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소년은 전에는 구분할 수 없었던 색깔과 소리들을 구분하게 됩니다. 그리고 소년은 바보새를 겨우 잡고서 먹고 살기위해 처음으로 새의 배를 직접 가르고 내장을 제거한 후 털을 벗겨 내고는 드디어 그 닭을 불에 구우며 침을 줄줄 흘리는 경험도 합니다. 그리고 소년은 곰을 만나 소리를 지르며 도망치다가 문득 그 곰이 자신을 헤치려는 의도가 없었고 단지 자신을 자세히 살펴보려 한 것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선생님께서 인용하신 많은 부분이 있었지만, 지면 관계 상 제가 인상적으로 느꼈던 부분만을 발췌합니다.
언제부터 바뀌었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많은 것들이 바뀌었다. 소리가 날 때 그냥 듣는 것이 아니라 무슨 소리인지 분별해 낼 수 있게 되었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몸을 돌려 작은 나뭇가지가 부러지거나 공기가 움직이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또 소리의 물결에 마음을 싣기라도 하듯 소리를 분간해 냈다. 소리를 들었다고 확실히 깨닫기도 전에 무슨 소리였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덤불 속에서 새가 날개를 퍼덕이거나 호수에 잔물결이 이는 걸 보았을 때 도시에서처럼 습관적으로 보고 지나치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 모습을 또렷하게 보았다. 모든 부분을 자세히 볼 수 있게 되었다. 새의 날개 전체와 깃털, 깃털 빛깔이나 덤불, 나뭇잎의 크기와 형태를 모두 볼 수 있었다. 호수에 생기는 잔물결 위로 빛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보았고 바람이 잔물결을 일으키는 것도 보았다. 또 잔물결이 움직이는 방향을 보면 바람이 어디서 부는지도 알 수 있었다. (『손도끼』 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