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2017

생태문화연구회: "일제 하 중국인 노동자의 삶이 오늘날 이른바 다문화사회에 던지는 시사점" / "갈라파고스의 풍광과 진화론"

연도 2017
기간 2017. 2.17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7-02-28
조회
3593




* 참석자: 강혜순권영자김길중김여진김영미김요섭김원중김이은김태웅남진숙노동욱박찬구박한제신준환신문수안보라오충현우종영이덕화이도원이유경정연정조홍섭한미야황영심이선주

* 장소: 서울대학교 미국학연구소 소회의실

* 일자: 2017. 2. 17






   먼저 <이주노동자그들은 우리에게 어떻게 다가왔나>라는 역저를 내신 김태웅 선생님(서울대 역사교육과)께서 일제하 중국인 노동자의 삶이 오늘날 이른바 다문화사회에 던지는 시사점이라는 제목으로 말씀해 주셨습니다중국 길림성 만보산 지역에서 중국인들이 한국인 농민들을 살해했다는 일제의 허위보도(일명 만보산 사건’, 1931.7.2.)로 인해 결국 분노한 한국인들이 140여 명이나 되는 화교들을 보복살해하게 된 일련의 상징적인 사건들의 역사적사회적 배경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단순한 문화적 배타의식에서 비롯되었던 화교에 대한 인식은 1920년대 이른바 문화정치시기에 이르러 일제의 사회간접자본시설 투자에 따른 대체인력으로 중국인 노동자(‘쿨리라고 불릴 수 있는)들이 급격히 유입됨으로써 한국인 노동자들의 생존권에 대한 위협으로 변모해 가게 됩니다아울러 고력방(苦力幇)’이라는 독특한 자치조직을 형성해 조선사회에 적응해 가는 중국인 노동자들과 치열한 일자리 경쟁을 벌여야 했던 한국인 노동자들은 조선의 경제적 부()가 유출되고 있다는 전제 하에 황색언론들과 동조해 화교들은 아편을 한다음란하다어린이를 유괴한다..” 등의 화교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재생산하고 확대해 나갑니다경제적 갈등과 원초적인 선정주의는 결국 일반 대중의 민족 정서와 윤리적 감성을 자극해 재조 회교들을 쫓아내야 할 사회의 기생충으로 바라보게 했는데 그 저변에는 검열을 하지 않고 오히려 조중 노동자들 간의 갈등을 조장하려는 일제의 전략이 밑받침되고 있었습니다이러한 일제의 검은 손을 우려해 송진우 등의 일부 민족주의 계열 한국인 식자층은 국제정세를 냉정하게 분석하여 신중히 처신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으나 일제의 만주 진출과 그에 따른 치안 확보를 희구한 윤치호나 소설 <붉은 산>(1933.4.)에서 중국인을 가해자로 한국인을 피해자로 부각시킨 김동인처음부터 한중인민의 연대라는 비현실적인 원칙을 내세운 사회주의 계열 지식인들에서 엿볼 수 있듯이 당시 한국인 식자층의 한중 화해 노력은 분명한 한계점도 가지고 있었습니다또한 돈만 밝히는 중국인을 희화화한 <왕서방연서>(1938)라는 김정구의 노래는 당시 한국인 대중의 화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습니다이후로도 국내 화교사회는 지속적인 부침을 겪게 됩니다만주사변과 중일전쟁일제의 관세정책화교배척운동 등으로 인해 큰 타격을 입고 중국으로 귀환하게 되는 한편 일부는 신의주 등을 중심으로 정주화 현상을 보이기도 하고 일제의 패망과 함께 잇따른 한반도 분단이데올로기 대립 격화 등으로 차이나타운을 건설할 동력도 상실한 듯 했으나 미군정 하에 다시 꾸준히 성장하여 한때 국내 무역액의 80%를 차지하기도 합니다다만 재한화교들의 상권장악을 우려한 이승만박정희 정부의 화교규제정책들로 인해 이후 화교인구는 다시 격감하게 됩니다국내 화교의 처지 및 그 변화와 한국인들의 화교 인식에 대한 관심은 더 나아가 외국인 노동자 백만 명 시대에서 국내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립과 갈등에 대해 일방적인 현실론이나 관용론을 지양하려는 노력을 낳게 됩니다요컨대 다문화문제에 대한 접근은 결국 경제적 갈등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수반해야 하며 무엇보다 국내의 사회양극화 문제에 대한 해소가 우선적으로 선행되어야 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경기불황과 대량의 청년실업이 먼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는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적개감을 넘어 외국인혐오증(Xenophobia)을 격화시키고 파시즘의 대두경제갈등과 문화갈등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게 될 것임을 짐작하게 합니다.




   




   이어서 남미의 갈라파고스를 다녀오신 한겨레신문의 조홍섭 국장님께서 갈라파고스의 풍광과 그곳 자연이 진화론에 끼친 영향에 대해서 귀한 말씀을 전해 주셨습니다산크리스토발이사벨라산타크루즈 등 1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갈라파고스 제도는 일견 황량하고 메마른 풍경이지만 이는 역설적으로 잘 보전될 수 있었던 원인이 되기도 했습니다섬들이 생성된 계기는 Hot Spot(열점)이나 베게너의 대륙이동설 등으로 설명이 되고 있으며 1535년 당시 파나마 주교였던 베를랑가가 페루로 항해하다 우연히 발견한 이후로 300년 이상 해적이나 고래잡이 선박의 기항지 역할을 수행한 바 있습니다. 1832년 에콰도르의 영토로 선포되었고 죄인들의 유배지 등으로 활용이 되다 1978년 유네스코의 첫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었습니다생물은 고유종이 많으며(식물의 약 30%, 파충류와 육상 포유류 100%, 바닷물고기 50% 이상바다사자섬보다도 나이가 많은 이구아나, 150살 이상까지 장수하여 한때 선원들의 장기보관식량이 되기도 했던 땅거북(코끼리거북), 세계유일의 날개가 없는 새인 가마우지푸른발부비붉은발부비용암갈매기다윈핀치 등은 이 지역의 독특한 생물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특히 론섬 조지(1910-2012)라 이름 붙여진 핀타 섬의 고유종인 거북은 갈라파고스 생물다양성의 아이콘인 동시에 눈 앞에서 한 종이 지구에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 있었던 유일한 사례가 되기도 했습니다.(1950년대 어부가 이 섬에 풀어놓은 염소 3마리가 1970년 4만 마리로 불어났고 식물이 황폐해지면서 거북의 서식지는 사라졌다고 합니다). 갈라파고스 지역의 식물은 대체로 띠 모양으로 분포되어 망그로브스칼레시아 나무(식물의 다윈핀치), 고사리 등이 서식하고 있는데 큰 꽃이나 침엽수처럼 씨앗이 무거운 식물은 없고 동물군에 비해 외래종이 다수를 차지하는데다 특히 구아바블랙베리 등의 외래종은 제거해야 할 정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습니다에콰도르는 외래종에 취약한 갈라파고스의 생물군을 보전하기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검역을 실시하고 있으며 핀존섬에서는 18000만마리 쥐를 없애기 위해 쥐약 22t을 헬기로 살포하기도 했습니다.(그 결과 2014년에는 100년 만에 땅거북 새끼가 출현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모기파리개미말벌 등의 외래종 곤충이 새로운 문제로 등장하고 있는데 결국 매스투어리즘(특히 선박을 통한 크루즈 여행)을 유지하면서 외래종 유입을 막는다는 난제에 대한 해법은 지속가능한 발전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갈라파고스 섬의 다윈다윈주의보전>, 디에고 키로가, 2017). 영국 해군 측량선인 비글호를 타고 26세의 박물학자로서 섬에서 5주 동안 머물며(육지체류 19·식물과 지질을 조사하고 표본을 채집했던 다윈에게는 흔히 알려진 자연선택에 의한 생물 진화라는 유레카의 순간은 없었지만 섬에서의 경험이 진화론의 뼈대 가운데 하나인 섬 생물학을 수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본토에서 이주한 새인 핀치는 환경과 먹이에 적응해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고유종이 되어 있었고 섬에서 형성된 새로운 갈라파고스 땅거북은 옆의 섬으로 퍼져가지 못하고 새로운 종으로 진화했다는 사실이 다윈으로 하여금 창조가 아니라 자연선택이 새로운 생물을 낳는다는 가설을 정립하게 했습니다이후 다윈의 영향과 파나마 운하의 개통으로 자연주의자들이 잇달아 방문하고 관광객들이 급증하면서 갈라파고스-세상의 끝’ 류의 기사가 인기를 끌고 본격적인 신화 만들기가 붐을 이루었습니다. 1935년 비글호가 상륙한 100돌을 기념해서 다윈의 동상을 건립하고 미국 박물학자 폴 하겐이 보전을 주장하면서 보전담론도 제도화되기 시작했지만 1960년대 이후 관광이 성황을 이루면서 키로가 등이 주장하는 지속가능한 매스투어리즘이 과연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과 아울러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할 수 있는 울릉도나 동양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일본의 오가사와라의 생태를 어떤 방식으로 보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해 볼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