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인문학자들 곰팡이를 만나다/생태감수성을 위한 숲과 문학
참석자: 강혜순 김길중 김여진 김영순 김요섭 김유중 김종철 김춘희 김태웅 남진숙 박찬구 박한제 신문수 신준환 신현동(고려대 교수) 안보라 안현기 이규인 이덕화 이도원 이소요 이영현 이종찬 이준선 정연정 한미야 황영심
장소: 서울대학교 미국학연구소 소회의실
신현동 선생님은 ‘인문학자들 곰팡이를 만나다’라는 제목으로 인간 생활에 밀접한 영향을 갖는 곰팡이들을 발표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영화 ‘인터스텔라’가 곰팡이에 의해 시작된 이야기일 수도 있음을 마름병과 옥수수를 예로 들어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인터스텔라의 모티브가 식량난을 피해 다른 행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면 영화의 도입부분에 언급되는 밀 마름병도 곰팡이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지요. 옥수수의 깨씨무늬병을 일으키는 곰팡이, 밀줄기 녹병을 일으키는 곰팡이, 벵갈대기근을 일으킨 벼 깨씨무늬병의 곰팡이, 19세기 중반 감자를 주식으로 하던 아일랜드에 대기근을 일으킨 감자 역병균, 밤나무줄기 마름병균, 커피나무 녹병, 카카오 나무에 발생하는 곰팡이, 바나나 파나마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 고추탄저병 곰팡이, 삼나무 시드름병을 일으키는 곰팡이들에 대한 설명을 통해 식물에 사는 곰팡이들이 얼마나 우리의 역사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또한 커피나무 농장은 대부분 자국이 소유하는데 반해, 바나나 농장은 미국의 농업기업이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에콰도르 콜럼비아 코스타리카 과테말라와 같은 나라들을 묶어 'Banana Republic', 그러니까 미국의 농업기업이 중심이 되는 바나나공화국으로 불린다는 설명이 흥미로웠습니다. 또한 내생균에서 항암활성물질을 추출해낼 수 있는 등, 곰팡이를 ‘정글의 보석’(Jewels of Jungle)이라고 부른다고 하니, 곰팡이는 과연 ‘생명의 보석’이라 부를 만합니다. 또한 ‘사이클로스포린’이라는 곰팡이의 대사산물은 인간이 남의 장기를 이식받을 때 생기는 거부반응을 약화하는 면역억제활성제로서, 이 물질의 상용화로 영화에서나 가능할 것 같았던 ‘Face off’ 그러니까 안면이식까지 가능하게 되었고 시장 규모도 5조원에 이른다고 하니 곰팡이 연구가 인류의 삶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림과 동시에 엄청난 경제적 이익도 가져올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은 우리 민담을 해석하는 관점에서도 곰팡이 학자로서의 면모를 드러내었습니다. 산길을 가던 선비가 어느 집에 가서 하룻밤 묵을 것을 청하였다가 아리따운 여집주인과 함께 살게 되었지만 결국 3개월 만에 죽게 되는 이유가 여인은 저항력을 가지고 있었으나 그 선비는 저항력을 가질 수 없었던 곰팡이 때문이 아니었겠느냐고 설명은 재미있으면서도 생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자신의 독특한 시각에서 해석하는 태도가 많아진다면, 그리하여 우리의 주변에 이처럼 정밀하고 합리적인 여러 관점이 서로를 보완하며 공존할 수 있다면 생태적인 삶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신현동 선생님은 신종 곰팡이 발견으로 200여종 곰팡이에 H. D. Shin이라 이름 붙인 장본인으로서 국제 학술지 ‘Mycobiology’의 제호를 지었으며, 국제 학술지 ‘Mycoscience’의 한국인 최초편집위원이고, 세계 제 1의 곰팡이학 학술지 ‘Studies in Mycology’의 최초이자 유일한 동양인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어 정연정 선생님은 ‘생태감수성을 위한 숲과 문학’이라는 제목 하에 생태공동체로서의 숲의 중요성과 생태문학의 역할과 아름다움, 그리고 국문학에서의 생태문학의 전통을 시와 사진, 그리고 음악을 곁들여 발표하였습니다. 선생님은 생태공동체로서 숲의 의미와 조선시대 문인 남훤의 글을 빌려 자연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지키는 문학의 힘을 설명하였습니다. 유한한 인간이 문학을 통해 자연의 의미를 영원한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이어 환경위기 담론으로서 생태학과 문학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생태문학이란 생태학적 인식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간의 문제를 성찰하고 환경친화적인 세계를 꿈꾸는 일련의 문학이지요. 선생님의 작품집, 『풍경과 시선』에 담긴 글을 가사로 작곡된 아름다운 노래도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전통생태의식을 담은 시가들을 감상하였습니다. 매월당 김시습의 시를 감상해 볼까요.
山中與猿鳥 산중여원조
산중에서 금수와 더불어
함께 어려움 견디자고 맹세하였다네.
뜻이 있으면 짚신을 끌고서라도
무심히 대숲 길을 걷겠네.
밭에는 오이 넝쿨 늘어져 있고
담 아래는 담쟁이 넝쿨 돋아 있다네.
염염히 흘러가는 백 년 동안에
은총과 놀라움 모두 잊기로 했네.
지구촌 생태계가 파괴와 생물종의 절멸 가능성이 가져다 준 생태적 위기감은 최승호의 다음 시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부르도자 부르조아 최승호
반이 깎여나간 산의 반쪽엔
키 작은 나무들만 남아 있었다
부르도자가 남은 산의 반쪽을 뭉개려고
무쇠턱을 들고 다가가고
돌과 흙더미를 옮기는 인부들도 보였다.
그때 푸른 잔디 아름다운 숲속에선
평화롭게 골프 치는 사람들
그들은 골프공을 움직이는 힘으로도
거뜬하게 산을 옮기고
해안선을 움직여 지도를 바꿔놓는다
산골짜기 마을을 한꺼번에 인공호수로
덮어버리는
그들을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누군가의 작은 실수로
엄청난 초능력을 얻게 된 그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