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2017

생태문화연구회:"다윈의 삶과 진화" / "애도, 끊임없이 이어지는 질문의 길: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

연도 2017
기간 2017. 4. 7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7-04-10
조회
3509



* 참석자: 권영자김영미김여진김요섭김원중박찬구박한제신문수신준환안보라안현기우종영

              이규인이덕화이도원이영현정연정한미야황영심이선주, 이갑수

* 일시: 2017. 4. 7.

* 장소: 서울대학교 미국학연구소 소회의실











먼저 2016년에 진화론은 어떻게 진화했는가라는 책을 발간하신 신현철 선생님(순천향대 생명시스템학과)께서 진화론과 더불어 최근에 지오북에서 출간된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말레이 제도에 대해서 말씀해주셨습니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이후 3세기가 지나 창조론까지 뒤집은 진화론으로 다시 세상을 놀라게 한 다윈(1809-1882)은 당시의 대부분의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부유한 귀족가문 출신입니다다윈이 불가지론자가 된 데에는 자신의 평전에서 밝혔듯이 딸 애니의 죽음(당시 10)이 큰 영향을 끼쳤습니다이후 케임브리지대의 식물학 교수 헨슬로(John Stevens Henslow)의 도움으로 시작된 비글호 항해라마르크의 동물철학라이엘의 지질학원리맬서스의 인구론월리스의 편지 등은 그가 종의 기원을 발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다윈과는 달리 오늘날 생물지리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월리스(1823-1913)는 평민 출신으로 생물 채집이 곧 자신의 생계 수단이었습니다그는 아마존강과 말레이반도를 탐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변이체 중 환경에 적응한 개체들이 살아남는다는 자연선택이론을 고안하였고 또한 아시아에서 오세아니아에 걸쳐진 동물군의 단절현상이 나타나는 월리스 선(Wallace Line)을 발견하였습니다. 1855년 “On the Law which has regulated the introduction of species”라는 논문(이 글은 라이엘을 통해서 다윈에게 전달됩니다)과 1858년 환경압에 의해 한 종에서 새로운 종이 진화적으로 분기한다(Wallace effect)”는 주장을 펼침으로써 월리스는 다윈과는 독립적으로 자연선택을 통한 진화의 개념을 만들어 냈습니다이와 같은 그의 연구와 탐험이 담겨진 The Malay Archipelago는 오늘날 19세기의 과학적 탐험을 다룬 가장 잘 알려진 책들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신현철 선생님께서는 진화와 진보를 동일시한 스펜서(Herbert Spencer)와는 달리 애초에 다윈은 진화를 무 목적적비 진보적유물론적으로 바라보았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즉 진화는 우연과 필연의 혼합(변이 수준에서는 우연이고 자연 선택 과정은 필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책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물종들에 대한 이해의 어려움으로 인해 종의 기원은 지금까지도 읽기 어려운 책으로 꼽히고 있지만 사회적으로는 자유경쟁사상을 유포하고 종교적으로는 창조론을 재편하였으며 과학사상계에 기계론적 사고방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하여 우생학을 등장시키는 등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프로이드가 지적한 것처럼 역사 상 사회전반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이 되었습니다맨델의 유전원리에 따르면 다윈이 생각하는 변이는 나타날 수 없다거나 바이스만의 쥐꼬리실험지구 나이는 최대 2억년으로 다윈이 생각하는 진화가 일어나기에는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다는 반박 등에 의해 다윈주의는 죽었다는 반론들도 있지만 현대에 이르러서도 진화론은 다윈과 맨델의 이론을 종합한 집단유전학과 같은 신종합설(Evolutionary Synthesis)이나 일란성 쌍둥이에서 차이점을 규명하려고 한 후생유전과 획득형질 이론진화심리학 등 다양하게 변주되어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한미야 선생님(총신대 영어교육과)께서는 셰릴 스트레이드(Cheryl Strayed)의 와일드(Wild, 2012)를 자끄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애도'의 관점에서 말씀해 주셨습니다생로병사의 질곡을 숙명으로 떠안은 인간에게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감당하는 문제즉 애도의 문제는 피할 수 없는 과제입니다프로이드는 애도의 궁극적인 목적점을 잃어버린 대상으로부터 자아가 리비도를 해방시키는 상태라고 보았고이러한 해방에 이르는 것이 곧 애도의 성공이라고 보았습니다이러한 애도의 성공 과정에는 현실 검증(reality-testing)의 과정이 존재하는데 이는 곧 현실에서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을 확인하고 자기애를 발휘하여 이제는 함께 할 수 없는 죽은 이와의 애착고리를 일체 끊어나가는 과정들을 의미합니다(신문수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프로이드식 애도관에 깃든 기계론적이고 실용주의적인 사고자기 완결적인 정체성 개념에 대해서 비판하신 바 있습니다). 프로이드와는 대조적으로 데리다는 죽은 이를 자신의 경계 밖으로 위치시킴으로써 상실감을 극복하는 것은 죽은 이에 대한 신의와 책임을 완전히 저버리는 태도라고 보았으며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 역시 상실의 경험이 우리를 영원히 바꿔놓을 수 있다는 존재에 대한 열린 관점에 의거하여 애도를 바라보았습니다.

와일드의 저자이자 작품의 주인공인 셰릴 스트레이드(Cheryl Strayed)는 어머니와의 사별 후 PCT(Pacific Crest Trail)를 걸으며 어머니의 죽음과 화해해가는 과정을 겪게 됩니다그녀는 21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갑작스레 어머니를 잃고 자신의 의지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가져다주는 무력감과 죄책감에 절망하지만 새로운 삶을 위해 자연 속의 길을 떠납니다고된 PCT 트레킹을 따라가면서 끊임없이 죽은 어머니에게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주인공을 통해 우리는 이별이 자신에게 가져다주는 죄책감과 절망자연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면서 삶을 수용해가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어머니를 잃은 후 스트레이드가 가장 먼저 직면하게 된 것은 살아남은 자가 느끼는 죄의식입니다그녀는 살아남은 사람이 죽은 사람의 좋은 특징들을 자신의 일부로 동화시키고 간직하는 정상적인 애도를 의미하는 내재화”(introjection) 대신죽은 이를 자신 안의 은밀한 토굴처럼 살아있게 하는 비정상적인 합일화”(incorporation)를 애도의 방식으로 선택합니다수없는 일탈 행위로 더 이상 결혼 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 결국 이혼에 이르고 스스로에게 스트레이드(Strayed) 즉 길을 잃어버린’ 상태를 의미하는 새로운 성을 선물한 후 그녀의 잃어버린’ 상황은 그녀의 절망을 나타냄과 동시에 새로운 삶의 출발점으로 작용하게 됩니다엄청난 짐(‘monster’라는 별명이 붙여진)의 무게허기와 갈증그리고 자연이 주는 위협은 그녀로 하여금 오직 현재 감당해야할 임무에만 집중하게 함으로써 과거의 슬픔과 기억을 점점 잊게 만들어 비어버린 수정 꽃병처럼 명료해지는 정신을 자각하게 합니다또한 자연에 깃든 어머니의 영혼(야생화붉은 털 여우 등)과 아버지의 폭력에 무방비상태로 노출되었던 예전의 자신을 떠올리게 하는 사슴 등과의 조우는 안도감과 함께 자아확장을 통한 건강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강력한 힘을 선사합니다. 3주 간의 고독과 침묵의 시간을 이겨내면서 스트레이드는 결국 신성한 땅 시에라네바다에 이르러 어머니의 죽음이 가져온 단절감과 죄책감을 자연에 대한 경외감으로 치유한 한층 새롭고 강인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Thank you, I thought over and over again. Thank you. Not just for the long walk, but for everything I could     feel finally gathered up inside of me;

 for everything the trail had taught me and everything I couldn’t yet know, though I felt     somehow already contained within me. (3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