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생태문화연구회: "한국인의 존재 양식에 대한 小考" / "북극 온난화와 중위도 한파"
1. 지난 12월 7일 금요일에 있었던 생태문화연구회 모임의 후기를 올립니다. 권영자, 김성중, 김여진, 김영미, 박지향, 박찬구, 신문수, 신준환, 안보라, 이덕화, 이영현, 이유경, 정연정, 황영심 (이상 존칭 생략, 가나다 순) 회원 열네 분이 모임에 참석하셨고, 이덕화 (평택대 명예교수) 선생님이 <한국인의 존재 양식에 대한 小考>, 김성중 선생님 (극지연구소)이 <북극 온난화와 중위도 한파>를 주제로 발제를 맡아주셨습니다.
2. <한국인의 존재 양식에 대한 小考>
이덕화 선생님은 올해 9월 출간하신 작품집 『하늘 아래 첫 서점』 (푸른사상)을 중심으로 “한국인의 존재 양식에 대한 성찰”에 관해 말씀하셨습니다. 선생님의 강연은 90년대 후반 일본 방문 당시의 경험담에 비추어 한국 사회, 한국인의 존재 양식을 돌아보게 합니다. 다음은 선생님의 강연을 요약한 글입니다.
일본에서 폭설이 내리던 날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도로를 철저히 관리하기 위해 일일이 차량들을 세워 확인하고 지시하는 일본인들을 보고 있으면 “짜증스럽지만 무섭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티븐 달드리가 감독한 영화 『책을 읽어주는 남자』의 한 에피소드에서, 한 소년과 젊은 여인의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몸이 아파 토하는 소년을 본 젊은 여인(전차의 티켓 검역관)이 자신의 아파트로 데려와 보살피고 진정시킵니다. 연락이 끊긴 채 오랜 세월이 흐른 후, 그녀는 재판을 받기 위해 법관이 된 소년 앞에 섭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근무하던 젊은 시절의 그 여인이 한 일을 심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유태인을 수용한 건물이 폭격 당할 당시, 그녀가 그 건물의 문을 열어주지 않아 유태인들이 감금된 채 모두 죽음을 당했습니다. 인도주의입장에서 보면 그녀는 죄인이지만, 한편 문을 지키는 것이 그녀의 임무이기도 합니다. 일본에서의 경험과 이 영화의 문지기는 인도주의와 책임의식 사이에서 한 인간이 겪는 고뇌를 잘 드러냅니다. 연이어 한국 사회에서 겪게 되는 짜증스러운 사건들은 우리 한국인의 자화상을 돌아보는 거울이 됩니다. “돈가스와 요구르트,” “한 잔의 에스프레소,” “그미의 책,” “잔혹한 낙관,” “하늘 아래 첫 서점,”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원을 달리다,” “갈색의 세월” 순으로 구성된 이 소설집에서 작가는 한국인의 존재양식을 꿰뚫어보고 꼬집지만, 빈곤한 재형이가 부유한 집 자제인 성묵이의 배려와 도움으로 차차 변화해가는 모습을 그린 단편 (소설집에서는 앞부분에 배치)을 끝으로 강연을 마무리함으로써, 한국인의 삶의 양식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을 드러냅니다.
3. <북극 온난화 증폭과 중위도 한파>
극지연구소의 김성중 박사님의 강연은 북극에 대한 개요로 시작하여, 기후변화와 인류 진화의 관계성, 그래프로 변화의 흐름이 확연히 드러나는 북극온난화의 증폭, 중위도 한파, 북극 온난화와 폴라보텍스(Polar Vortex)의 약화 순으로 이어졌습니다.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북극(the Arctic)의 어원(‘Aktos’)의 의미가 곰(bear)라는 사실, glacier와 ice sheet의 차이, Polar Vortex의 상태가 중위도의 기상에 미치는 영향 등 이 흥미로웠습니다. 요약하면, 지난 30년간 북극은 급격한 온난화가 진행 중이지만, 북반구 중위도 겨울 한파는 90년대보다 더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북극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가을철 시베리아 강설량이 증가하고, 초겨울에 북극 카라/바렌츠해의 결빙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해빙 감소에 의한 시베리아 강설량 증가가 동아시아에 강한 한파를 몰고오는 이유는 우랄 블로킹을 만들어 시베리아 고기압을 강화하기 때문입니다. 카렌-바렌츠해에서 방출된 현열과 잠열의 증가는 북극의 기압을 올려 Polar Vortex를 약화(다시 말하면, 제트류의 남북 사행을 강화)함으로써 북박구 전체에 한파를 몰고옵니다. 박사님은 여러 도표와 사진으로 북극이 온난화하면서 많은 양의 열과 수분이 대기로 방출되고 기압이 올라가면서 Vortex가 주름지게 되고 그 영향으로 중위도에 한파가 몰려옴을 거듭 설명하셨습니다. 또한 현재뿐 아니라 6000년 전에도 해빙이 줄어들면 북극은 따뜻해지지만, 유라시아에 한파가 몰려오고 Vortex가 약화한다는 사실을 통해 이러한 관계성이 과거에도 적용된다고 강조합니다. 더구나 기후는 생명의 멸종과 자연선택에 영향을 주며, 진화와 이주(migration)에 결정적 역할을 합니다. 지난 200만년 동안 기후적인 스트레스는 인류의 뇌용량 증가에도 결정적 역할을 해왔습니다. 기후변화는 생명의 이주와 인간 문명의 발달에 영향을 주며, 역으로 생명과 문명의 발달은 기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통해, 생명과 기후가 상호적으로 진화해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4. 오늘 귀한 강연해 주신 이덕화 선생님과 김성중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강원대 신두호 선생님께서는 올해 출간하신 귀한 저서 『자연 경계의 정치학: 미국 서부 장소성과 자연문학』 10권을 보내주시고, 김영미 선생님은 방울토마토로 다과를 더 풍성하게 해주시고, 황영심 사장님은 서류 파일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참석해주신 모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