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2023

생태문화연구회: 문경수 과학탐험가와 함께하는 요동치는 지구의 지질역사 속으로 외

연도 2023
기간 2023.3.17.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2-21
조회
168
지난 3월 17일 금요일에 있었던 생태문화연구회 모임의 후기를 올립니다. 김성종, 김요섭, 김원중, 김정희, 남진숙, 박찬구, 신문수, 이규인, 이도원, 이영현, 이지은, 이혜원, 정나리, 정연정, 정은규, 조향, 황영심 선생님이 모임에 참석해 주셨습니다. 모임 1부에서는 문경수 (과학 탐험가) 선생님께서 <인간이 없던 ‘지구의 역사’를 탐험하다: 필드에서 만난 사람들 >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해주셨고, 2부에서는 나희덕 (시인, 서울과기대 교수) 선생님께서 <자본세에 시인들의 몸은 어떻게 저항하는가?>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인간이 없던 ‘지구의 역사’를 탐험하다: 필드에서 만난 사람들>

-문경수 선생님의 강연은 과학을 경험하고 표현하는 도구로서의 탐험에 대한 설명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자연과학을 전공하지는 않으셨지만 늘 항상 우주를 마음에 품고 계셨고, 그래서 23년 전 과학책을 읽는 독서모임을 시작하게 되셨는데요, 얼마 지나지 않아 책으로 접하는 과학에 한계를 느끼셨다고 합니다. 이때 ‘우주는 어떻게 만들어 졌을까?’ ‘지구 최초의 생명체는 무엇일까?’ 라는 두 질문을 가지고 과학을 ‘탐험’을 통해 탐구하기로 결심하시게 됩니다. 선생님의 본격적인 탐험은 호주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낮에는 여행사에서 일을 하고, 여가시간에는 마을 도서관에서 온갖 종류의 과학 자료를 탐독하며 지내시던 중 사서로부터 저명한 나사 우주생물학자 Martin van. Kranedonk가 호주에 파견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시게 됩니다. Kranedonk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인터뷰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는데, 놀랍게도 만남이 성사되었고, 그 만남을 계기로 나사 연구원과 함께 호주 사막을 탐험하는 값진 경험을 하시게 됩니다. 이후 선생님께서는 아이슬란드, 알래스카, 몽골, 하와이, 제주도 등 다양한 지역을 탐험하시며 이러한 탐험 경험을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함께 공유하는 삶을 살고 계십니다.

-문경수 선생님의 강연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의 중요성,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려는 열정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게 해주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자본세에 시인들의 몸은 어떻게 저항하는가?>

-나희덕 선생님의 강연은 시인들의 몸이 어떻게 전지구적 생태위기와 자본주의에 저항하는지를 백무산, 허수경, 김혜순 시인의 작품을 통해 살펴보는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먼저 선생님께서는 ‘인류세’ 라는 용어 대신 ‘자본세’ 라는 용어를 강연 제목에 사용하신 이유를 설명하시는 것으로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인류세’ 라는 용어가 ‘인류’라는 막연하고 보편적인 가해자를 상정하여 현 생태위기를 모든 사람의 책임으로 희석시키는 문제가 있다고 보신 선생님께서는 인류세 대신 자본가, 그리고 그들과 결탁한 정치가의 책임을 보다 분명히 드러내는 ‘자본세’ 라는 용어를 강연의 제목에 사용하셨습니다.

-백무산 시인: 나는 그 폐허를 원형대로 건져내야만 한다

백무산 시인은 폐허가 된 삶을 주로 증언과 선언의 언술방식을 통해 전달합니다. 폐허가 된 삶은 크게는 현대 문명, 구체적인 사건으로는 2009년 용산 참사, 2014년 세월호 참사, 2018년 노동자 김용균의 죽음과 같은 국가의 폭력과 무책임으로 인한 사회적 재난, 그리고 작게는 날로 고립되고 황폐해지는 개인의 내면이나 관계들과 연결됩니다. 백무산 시인은 반생태적이고 반인간적인 노동윤리에 의해 가치화 된 현대 노동을 비판하고 (「미래의 노동, 미래의 노동시」), 고단한 노동으로 인한 몸의 고통 (「몸이여」), 노동을 위해 바쳐진 제물이 아니라 살아있는 감각과 행위의 터전으로서의 몸 (「춤추는 인간」) 을 그립니다. 시인의 인간의 몸에 대한 발견과 각성은 몸을 가진 다른 생명체에 대한 경이와 소통으로 확장됩니다 (「잃어버린 새」). 그러나 자연과의 교감, 야생의 시공간을 찾고자 하는 시인의 바람은 모든 곳을 다 점령한 자본과 문명으로 인해 좌절되지만, 시인은 세계를 독점하고 탕진해버린 세력을 향해 “밖을 내버려두라 침묵을 내버려두라/고요를 내버려두라 흘러가는 것을 내버려두라”고 명령합니다. 또한 문명의 맹목적인 질주와 탐욕을 내려놓고 고요와 침묵, 부재와 죽음의 자리를 세상 한켠에 남겨두라고 주문합니다(「인간의 바깥」). 백무산 시인은 모든 것이 자연의 본성에 따라 흘러가도록 서로 존중하고 기다려주는 ‘자유’를 실천할 때, 즉생태적 전환이 일어날 때, 비로소 인간 문명의 ‘바깥’이라는 것도 희미하게나마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허수경 시인: 이름 없는 섬들에 살던 많은 짐승들이 죽어가는 세월이에요

백무산 시인의 시적 화자가 증언과 선언을 선호한다면, 허수경 시인의 시적 화자는 질문과 대화를 선호합니다. 시인은 일반화된 진리나 주장을 전달하기보다는 타자의 상황을 살피고, 안부를 묻고, 타자에 대한 기원과 고백을 개인적인 방식으로 수행합니다. 의문형과 청유형 종결어미가 자주 등장하고, 편지 형식이나 대화체가 많은 것도 청자 중심의 태도를 잘 보여줍니다. 그 청자 중에는 눈앞에 있는 존재뿐 아니라 아주 먼 시간과 공간에서 지금 여기로 호명된 존재들도 있습니다. 「카프카 날씨 2」에서 호명의 대상에는 사람, 사물, 자연이 있고, 이것들 사이에는 어떤 차이나 위계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시적 주체인 ‘나’도 한번도 등장하지 않고, 돌아올 수 없는 타자들을 부르며 지극한 애도를 표합니다. 허수경 시인은 첫 시집 『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 (1988)부터 마지막 시집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 (2016)에 이르기까지 전쟁과 문명에 대해 지속적인 문제제기를 해왔습니다. 시인의 시선이 머무는 대상은 주로 전쟁에 의해 희생되거나 고통받는 사회적, 인종적, 젠더적 약자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타자들에 대한 섬세한 공감력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들에게 닿아 있습니다.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은 모든 “이름 없는 것들”에 대한 애도일뿐 아니라, 이성의 이름으로 다른 인종이나 자연의 종들에게 폭력을 자행하여 그 모든 이름없는 것들을 죽게 만든 근대적 주체를 환기합니다. 『누구도 기억하지 않는 역에서』는 시인이 발굴지나 전쟁터에서 돌아와 (시인은 독일에서 고고학을 공부했고, 근동지방 발굴작업에도 참여하였습니다) 다양한 타자들과 만나는 일상적 풍경을 보여줍니다. 문명의 폭력성에 대한 시인의 첨예한 인식은 생명에 대한 사랑과 생태적 감각을 회복하면서 다층적이고 풍부해집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인간중심주의적 태도를 버리고 (「푸른 들판에서 살고 있는 푸른 작은 벌레」), 인간과 자연의 공동체성을 고찰하며 둘의 서로를 보듬는 듯한 제스처, 즉 손잡기가 아픔을 견딜 수 있게 해줄지도 모른다고 노래합니다 (「내 손을 잡아줄래요?」).

-김혜순 시인: 나에겐 노래로 씻고 가야 할 돼지가 있다

김혜순 시인의 시에서는 주체의 목소리와 타자의 목소리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겹쳐지거나 밀착됩니다. 화자가 타자에게 시적 정체성을 양도하거나 다른 존재가 되는 실존적 기투를 감행하기 때문입니다. 주체와 타자가 한데 섞여 만들어내는 다성적 언술방식으로 인해 시적 주체는 고착되거나 고립된 자아가 아니라 타자와 몸을 섞으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신체 기반적 수행 주체’이자 ‘주체 망각의 분열 주체’이며, 또한 진리를 표방하는 ‘사유적 주체’가 아니라, 몸으로 느끼고 행동하는 ‘감성적 주체’입니다. 시인의 시쓰기는 ‘탈주체화,’ 즉 빙의 체험처럼 타자-되기의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주술적이고 제의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2011년 구제역으로 살처분되거나 생매장된 수많은 돼지의 고통을 노래한 『피어라 돼지』 (2016)는 시인의 타자-되기를 잘 보여줍니다. 시인은 희생된 돼지들에 ‘대해’ 말하지 않고, 돼지들이 ‘되어’ 말합니다. 언어를 갖지 못한 돼지들에게 자신의 입을 빌려주고, 무덤 속에서 썩어간 돼지들의 영혼을 진혼하고 부활시키는 데 자신의 시를 바칩니다. 돼지-되기에 이어 『날개 환상통』 (2019)에서는 새-되기를 감행하여 남성/여성의 이분법뿐만 아니라 인간/비인간의 경계마저 해체합니다. 김혜순 시인의 시뿐 아니라 최근 여성시에는 젠더를 넘어선 다양한 시적 주체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이와 같은 현상은 이제 여성성과 타자성에 대해서도 여성/남성, 인간/비인간의 경계를 넘어선 새로운 사유의 지점이 필요함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나희덕 선생님께서는 ‘자본세’를 사는 현 인류에게 남겨진 과제란 앞서 살펴본 시인들처럼 몸적 주체로서 이 세계에서 버려지고 고통받고 죽임당하는 존재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 목소리들을 다양한 방식으로 (증언과 선언/질문과 대화/연행과 제의 등) 드러내는 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발제 이후 선생님께서는 최근에 쓴 자작시 5편을 낭송해 주셨습니다.

-나희덕 선생님의 강연은 지구의 생태위기, 사회적 재난, 글로벌 자본주의체제 등 우리가 반드시 처절하게 고민해야 하는 주제를 넘나 들으며 우리 자신을 뒤돌 아 볼 수 있게 해준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1. 오늘 귀한 시간을 내주신 문경수 선생님과 나희덕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성균관대 김원중 교수님은 직접 내려 주신 향기로운 커피로, 정연정 교수님은 맛있는 토마토로 다과를 더 풍성하게 해 주셨습니다. 참석해주신 모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1. 다음 모임은 4월 21일에 있습니다. 우찬제 교수(서강대)의 『나무의 수사학』 강연과 박미호 박사(사회적 기업 숲자라미 대표)의 <생태치유>에 관한 강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1. 마지막으로 이 자리를 빌려 한가지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저희 모임에서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자 다회사용이 가능한 플라스틱 접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사용된 접시는 깨끗이 세척 후 재사용되고 있으니 수거에 협조해 주시면 진심으로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