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2023
생태문화연구회: 생태치료 외
연도
2023
기간
2023.4.21.
작성자
관리자
작성일
2024-02-21
조회
245
- 지난 4월 21일 금요일에 있었던 생태문화연구회 모임의 후기를 올립니다. 김원중, 김정희, 남진숙, 신문수, 우찬제, 이규인, 이영현, 이유경, 정나리, 정연정, 조윤정, 황영심 선생님이 참석해 주셨으며, 특히 이번에는 성균관대 영문학과 대학원생들이 함께하여 더욱 활기차고 풍성한 모임이 되었습니다. 모임 1부에서는 박미호 (숲생태지도자협회 부설 사회적기업 숲자라미 대표) 선생님께서 <생태치유>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해주셨고, 2부에서는 우찬제 (문학비평가/서강대학교 교수) 선생님께서 <나무의 꿈: 나무의 수사학>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해주셨습니다.
- <생태치유>
-생태치유에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산림치유, 해양치유, 치유농업, 그린케어 (green care, 녹색치유), 원예치유 등이 있습니다. 1) 산림치유- 숲이 가진 식물, 물 기후, 지형, 소리, 향기, 경관 등 다양한 환경 인자를 활용. 2) 해양치유- 갯벌, 소금, 해양심층수, 해조류, 해양경관, 해양기후 등 다양한 해양치유자원을 이용하여 치유. 3) 치유농업- 신체 활동으로 인한 물리적 효과뿐만 아니라, 생명을 돌보는 활동을 통해 ‘자존감,’ ‘내가 가꾼 것이라는 소유의식,’ ‘생명존중사상’ 등의 심리적 효과를 가져옴. 4) 그린케어- 건강이나 치유를 제공하는 자연 활동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용어로, 동물, 식물, 정원, 산림, 자연경관 등 농장의 구성요소를 정신적, 신체적 건강 증진을 위해 활용하는 것을 의미. 유럽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주로 대상은 정신분열증 환자, 학습장애자, 과로나 약물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임. 5) 원예치유- 식물과 정원 가꾸기 활동. 이상의 생태치유는 모두 활동 장소와 활동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심신의 안정 (자아존중감, 행복감, 만족감 향상과 스트레스, 불안, 우울 감소) 과 신체 건강 증진 (면역력 강화, 질병 예방, 근육 회복, 아토피 호전, 심박 감소) 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의학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는 앞으로 생태치유, 생태복지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선생님의 소중한 의견을 공유해 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생태치유에 대한 연구를 거듭할수록 인간의 안녕 뿐만 아니라 자연의 안녕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시게 되었다고 합니다. 진정한 의미의 생태치유란 인간과 자연이 모두 건강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인간이 자연을 통해 몸과 마음의 건강 증진의 효과를 누렸다면, 자연도 인간을 통해 더 건강해 질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박미호 선생님의 강연은 도시에 살면서 잊고 지내온 우리의 자연과의 친연성 뿐만 아니라 인간과 생태의 상호균형의 중요성을 생각해보게 해주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 <나무의 꿈: 나무의 수사학>
-우찬제 선생님의 강연은 문학 작품에 나타난 나무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먼저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의 어린시절을 가득 채웠던 나무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을 시작하셨습니다. 어린시절 선생님께서는 나무 위에 올라가 하늘을 바라보는 일을 즐기셨다고 하는데요, 그때 나무 가지 사이로 보이던 하늘의 모습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신다고 하셨습니다. 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과 구름은 시시각각 색도, 빛도, 모양도 바뀌고, 바람도 한 순간도 같지 않았다고 합니다. 끝없이 변하는 풍경에 매료되어 한없이 그것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셨다고 하는데요, 아마도 그때의 풍경은 선생님처럼 오감을 완전히 자연에 내맡겨본 사람만 마음속에 간직할 수 있는 그런 것이었겠지요.
-우찬제 선생님의 어린시절에서 나무가 빠질 수 없는 중요 요소였듯이 많은 예술가들에게도 있어서 나무는 세상을 바라보고, 세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헤르만 헤세는 「나무」에서 “나무는 늘 내게 가장 감명을 주는 설교자였다” 라고 했고, 이양하는 「나무」에서 “나무는 훌륭한 견인주의자요, 고독의 철인이요, 안분지족의 현인이다” 라고 했으며, 쟈크 브로스는 『나무의 신화』에서 “나무는 인간의 의식을 포착할 수 있는 길이요, 우주에 생기를 부여하는 생명의 통로” 라고 했습니다. 정현종의 「세상의 나무들」에서 나무는 생명의 에너지로 충일하며,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의 기운을 연결하여 생명의 환희로 모든 것을 춤추게 하는 그런 역동적인 존재입니다.
-우리나라 예술작품에서 나무를 논할 때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빠질 수 없는 중요한 작품인데요, 1844년에 제작된 이 수묵화는 그림에 붙어 있는 발문으로 인해 단순히 한 폭의 그림에 그치지 않고 여러 예술가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작품이 되었습니다. 「세한도」를 그릴 때 추사의 생각은 제사를 통해 확인 해 볼 수 있는데, 제사의 논점은 크게 세가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1) 세상의 권세에 따라 사람들이 달라지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그것은 철마다 형상을 바꾸는 낙엽수의 모습과 같다. 2) 그럼에도 변함없이 올곧은 선비가 있다. 이는 늘 푸른 송백의 기상과 같으니, 송백 그림으로 그 선비정신을 기리고 싶다. 3) 세상의 권세를 멀리하고 지조와 의리를 지킨 제자에게 감사하며, 나 또한 그런 선비정신을 견지하며 살고 싶다고 다짐한다. 선비정신이 돋보이는 추사의 「세한도」는 이후 많은 후배 작가들의 상상력을 통해 재탄생하게 됩니다. 먼저 한승원은 추사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소설인 『추사』에서 추사가 「세한도」를 그리는 순간을 상상적으로 재현하였습니다. 한승원은 「세한도」에서 건장한 소나무와 늙은 소나무 사이의 상생을 읽어내고, 그림에서는 보이지 않는 집 속의 인물을 대승적 해탈의 진리를 설파한 유마거사로 변용하였습니다. 다음으로 장석주는 「세한도」라는 시에서 추사가 그린 세한의 정황을 자신의 개성적 경험으로 변용하였습니다. 현대시인인 장석주가 보기에 절개나 원각을 상징하던 옛 소나무는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이제 병들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도 병들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림 속 가상의 인물은 한승원의 소설에서는 대승적 치유 가능성을 함축한 인물이었지만, 장석주의 시에서는 단지 “병든 가장”으로 등장합니다.
-마지막으로 우찬제 선생님께서는 선생님의 책 『천의 바람』 몇 구절을 읽어 주셨습니다. 나무를 바라보는 선생님의 시각이 잘 드러나 있어 여러분과 함께 나누고자 합니다:
천불의 풍경은 바위와 나무들을 기본 제재로 하여 형성되기 마련이다. 바위틈이나 가장자리에서 갖가지 형상으로 소나무가 자라는 모습은 각별히 인상적이다. 일찍이 쇼펜하우어가 식물과 바위의 고단한 공생, 중력에 대항하여 다른 방향으로 버티려 하는 나무의 생존 의지를 언급한 바 있거니와, 누가 보더라도 바위틈에서 자라는 나무는 생명의 본연 의지를 생각하게 한다. 나무의 의지, 나무의 에너지, 직립을 향한 의지, 혹은 나무의 꿈 같은 것에 경탄하게 된다.
나무는 종종 하늘을 향한 사다리거나 동아줄이기도 하다. 나무를 타고 오르다 보면 동아줄이 내려오고, 그게 튼실한 동아줄이면, 하늘로 올라가 별이 되고 달이 되곤 한다. 천둥산 아래서 자랐던 어린 시절 나도 무의식적으로 나무 위에 오르려 했던 것 같다. 굳이 하늘 가까운 데까지 이으려 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그냥 나무와 한 몸이 되어 같은 호흡으로 하늘을 향해 오르는 것이 좋았다. 특히 키가 작은 아이 시절에 나무 오르기는 특별하나 체험이 되기도 했다. 나무에 올라 보다 높은 지점에서 주위를 바라보면 평소에 보던 풍경과는 다른 광경을 보게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얼마 되지 않는 고도 차이지만, 그로 인한 새로운 풍경의 발견은 썩 매력적인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높은 산을 오르는 세상의 모든 산악인의 열망 또한 그런 무의식과 닮았으리라.
(중략) 하늘과 땅의 기운을 연결하며 수직 운동하던 나무는 때로는 바다가 그리워 수평운동을 하기도 한다. 바다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에게 배를 만들 목재로 자기를 온전히 내어준다. 속초의 칠정조선소에서 배 목수 이야기를 들으면서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무는 온몸으로 나무이고, 온몸으로 풍경이다. 나무의 꿈은 언제나 그 이상이었다. 수직적으로는 우주 정거장이고, 수평적으로는 그리움을 향해 꿈꾸는 배다.
-우찬제 선생님의 강연은 언제나 물질적으로 그리고 영적으로 많은 것을 내어주는 나무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해주는 뜻 깊은 시간이었습니다.
- 5월 19일 모임에서는 서울대 김태웅 교수의 <1930년대 前半 일제의 水害對策 변화와 조선인 사회의 동향> 과 서울대 이일하 교수의 <봄꽃은 어떻게 피는가> 강연이 있을 예정입니다
- 오늘 귀한 시간을 내주신 박미호 선생님과 우찬제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성균관대 김원중 교수님은 직접 내려 주신 향기로운 커피로, 정연정 교수님은 맛있는 흑임자 떡으로 다과를 더 풍성하게 해 주셨습니다. 참석해주신 모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