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2014

생태 공간으로서의 비치헤드와 그 안의 인간 / 《난학의 세계사》

연도 2014
기간 2014. 3. 14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5-02-07
조회
3431

참석자: 강서정, 고형진, 김영미, 김요섭, 김원중, 김종철, 김태웅, 박수철, 박한제, 박찬구, 성한경, 신문수, 이규인, 이덕화, 이영현, 이종찬, 장성현, 황영심

장소: 미국학연구소 세미나실

  첫 번째 발표자인 장성현 선생님은 영국 낭만주의 여류 작가 샬롯 스미스(Charlotte Smith, 1749-1806)의 미완의 장시 <비치헤드(Beach Head)>를 생태비평적 시각에서 해석해주셨다. 비치헤드는 서섹스 지방 사우스다운의 구릉 지대에 서 있는 흰 절벽으로서, 그곳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내었던 작가는 근처 자연의 구체적이고 선명한 이미지를 이 시속에 생생히 담아내었다. 발표자는 스미스가 시에 등장하는 풀꽃 하나하나를 각주로 설명할 정도로 치밀하고 생생하게 자연을 묘사한 점, 그리고 비치헤드의 자연 뿐만 아니라 그곳에 거주하는 인간의 이야기를 시 후반부에 비중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 등에서 작가가 비치헤드를 자연과 인간사가 공존하는 조화로운 생태공간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자연을 보는 태도의 이중성(생태적, 도구적)에 관한 관점의 차이, 그와 관련한 린네의 식물분류학에 대한 평가, 낭만주의 주류 시인들의 원거리 자연묘사에 대비되는 구체적 묘사가 갖는 문학사적 함의, 작품 등장인물인 다비 목사의 의미, 작가의 개인적인 곤경의 예술적 승화 등이 논의되었다.

  두 번째 발표자인 이종찬 선생님은 최근 저서 《난학의 세계사》(알마)를 중심으로 난학으로 대표되는 서구 문물의 수용 과정과 궁극적으로 중화적 세계를 넘어서고자 했던 근세 일본에 대해 말씀해주셨다. 발표자는 당시 일본이 열대(동남아시아)라는 공간을 통해 네덜란드와 문화적으로 접속하였다는 점이 중요하며 이로서 일본-열대-서구(네덜란드)가 연계된 거시적 관점에서 일본 난학 정립의 본질을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고 하였다. 이 연구는 근세 일본을 열대학과 세계사의 융합적 지평에서 바라보려는 세계 최초의 시도로서 큰 의의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이 발표에 대해 지정 토론자로 참여하신 박수철 선생님은 도쿠가와 막부가 난학을 통해 중화적 세계관을 정말 넘어섰는지, 그리고 근세 일본의 발전에서 난학의 역할이 지나치게 강조된 것은 아닌지, 근대와 관련한 난학은 양학과 대비하여 어떻게 정의되는지에 관한 문제 제기를 해 주셨고, 이외에도 청각의 세계에서 시각의 세계로의 전환, 열대의 개념 정의, 왜구의 본질에 대한 새로운 해석 등에 관해서도 풍성한 논의가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