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욕망하는 식물》
참가자: 강규한, 김길중, 김영미, 김원중, 민홍석, 박찬구, 박찬구 선생님 사모님, 신두호, 신문수, 이도원, 이영현, 정은귀, 차윤정, 이동환, 황영심, Scott Slovic
장소: 인왕산
이번 모임은 오후 4시에 사직공원 앞에서 집결하여 성곽을 따라 걸어 올라가면서 서울 전망대-인왕천 약수터-능선마루를 거쳐 인왕산 정상에 올랐다가 기차바위를 타고 부암동 쪽으로 하산하는 코스를 따라 진행되었다. 5시 40분경 일행은 인왕산 꼭대기에 도착하여 잠시 경치구경을 한 후 곧 차윤정 선생님의 안내로 마이클 폴란의 《욕망하는 식물》 세미나를 시작하였다.
《욕망하는 식물》은 인간이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식물을 선택하고 길들였다는 기존의 인간중심주의적 편견을 뒤집어 식물도 자기의 종을 보존하고 퍼뜨리기 위해 인간의 욕망을 이용해 왔다는 인간과 식물의 공진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인 마이클 폴란은 이 책에서 인간에게 친숙한 4가지 식물들의 종족 보존 욕망과 각 식물들이 부추긴 인간의 욕망(사과-감미로움, 튤립-아름다움, 마리화나-도취, 감자-지배) 사이의 관계를 과학적 영역뿐만 아니라 철학, 미학, 역사학과 같은 인문학적 영역까지 넘나들며 풍부하게 기술하고 있다.
차윤정 선생님께서는 비록 《욕망하는 식물》이 기존의 발상을 뛰어넘는 인간과 식물과의 공진화라는 혁신적 주장을 펴고 있긴 하지만, 30억년이나 되는 역사를 가진 식물의 역사에서 인간의 개입은 단지 스쳐지나가는 일개 사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셨다. 차 선생님께서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인간과 식물의 공진화란 사실 조화로운 자연에 인간이 일방적이고 폭력적으로 개입한 것일 뿐이며, 이는 언제나 종 다양성을 지향하는 자연계의 안정성(자연선택)이 단일 종으로 환원하려는 인간의 특수한 목적(인위선택)에 의해 왜곡된 상황이라는 좀 더 급진적인 견해를 내어 놓으셨다.
이처럼 마이클 폴란의 ‘뒤집기’를 한 번 더 ‘뒤집어’ 생각해 본 차 선생님의 의견에 대하여 대다수의 선생님들이 동감하였고, 주장을 숨기고 경우만 열거해 나가는 저자의 독특한 글쓰기 스타일과, 이제 거의 멸종해가는 능금나무가 인간 욕망의 희생양이 된 식물의 한국적 예로 언급되었다. 일행은 6시를 훨씬 넘겨 세미나를 마무리하고, 아슬아슬한 기차바위와 가파른 산길의 스릴을 만끽하며 부암동 쪽으로 하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