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진정성의 시학에서 책임의 시학으로 / 외래종의 위협과 생물다양성의 위기
참석자: 강규한 강서정 김영미 김원중 김춘희 김태연 김태웅 노동욱 박지향 박찬구 박한제 소수빈 신준환 안보라 이규인 정연정 한미야 홍선희 황영심 신문수
장소: 서울대학교 미국학연구소 소회의실
강규한 선생님께서는 “진정성의 시학에서 책임의 시학으로”라는 제목으로 가라드(Greg Garrard)의 저서『생태비평』(Ecocriticim)의 특징적인 내용을 소개해 주셨습니다. 가라드가 생각하는 생태비평이란, ‘자연과 문화의 관계’입니다. 이는 그가 객관적 대상으로서의 자연과 구성주의적 관점으로서의 자연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균형 잡힌 시각이 담긴 생태비평의 예로 그는 『침묵의 봄』을 들었습니다. 『침묵의 봄』은 당시 과학의 주제를 문화적 차원으로 전환시킨 성공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라드가 생각하기에 최근의 백색 소음과 같은 문제는 이러한 균형이 깨어진 예입니다. 가라드는 이어지는 장에서 ‘목가’, ‘황야’, ‘종말’, ‘거주’, ‘동물’, ‘대지’라는 제목으로 생태비평의 신화들을 해체합니다. ‘목가’적 자연의 이미지가 지닌 안정성에 대한 신화, ‘황야’라는 말의 내재적 모순과 오늘날 황야가 사실상 존재하기 힘들다는 점, 종말론이 일종의 위기를 생산하는 작용을 하여 개인의 책임이 경시될 가능성, 생태적 인디언 이미지에 대한 고정관념 등이 그의 주요 논지입니다. 나아가 그는 동물과 인간, 인조인간과의 경계에 대해서도 논의하였습니다. 그 동안 동물과 인간이 본질적으로 다름을 주장해 온 인간이, 오늘날 문제시 되고 있는 인조인간과의 경계를 강화하기 위해서 인간과 동물과의 경계를 희미하게 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음을 그는 꼬집었습니다. 마지막 ‘대지’ 장에서 그는 생태비평이 나아가야할 방향으로 인간의 독특한 지위를 인정하고 우리 시대에 미덕을 실천할 것을 강조하였습니다. 한편, 연구회 모임 회원분들께서는 본서에 아시아 지역의 자연 개념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점, 생태 비평의 중요한 갈래인 에코페미니즘에 대한 논의가 부족한 점, 그가 말하는 인간이 실천해야 하는 미덕이 구체적이지 못한 점, 종말론이 그리 단정적으로 ‘아니다’라고 얘기될 수 없는 점, 그리고 생태비평을 자연과 문화의 경계로 정의내리는 것의 모순점과 난제 등을 비판해 주셨습니다.
고려대 환경생태연구소 교수이신 홍선희 선생님께서는 “외래종의 위협과 생물다양성의 위기” 라는 제목으로 우리나라에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외래종인 ‘가시박’의 방제 문제에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셨습니다. 가시박은 북미지역에서 귀화한 종으로 한 개체 당 3만 5천에서 8만 5천 종자를 생산하고 하루에 30cm씩 생장합니다. 이처럼 야생에서 대단한 경쟁력을 지닌 가시박은 현재 우리나라의 4대 강 주변을 중심으로 널리 분포해 있습니다. 이러한 가시박의 분포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것이 자라는 곳의 생물다양성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가시박이 있기 전에 30종의 개체가 살던 장소에 가시박이 들어섬으로써 그 수가 5종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특히, 가시박을 먹는 곤충이 한국에는 아직까지 없기 때문에 근처에 곤충을 벌 이외에는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이들 곤충을 잡아먹는 상위 포식자까지 고려한다면, 생물다양성 보존 차원에서 가시박의 개체수를 통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가장 효율적인 가시박 통제 기술은 가식박 천적 중 그 스페셜리스트를 도입하는 것입니다. 이 기술은 목표 외래종을 분석하고 천적을 수집한 후 그것이 스페셜리스트인지를 확인하고 대량 사육하여 방사한 후 모니터링하고 평가하는 단계로 이루어집니다. 이 과정이 5년 이상이 걸리고 천적이 되는 곤충을 사육하는데 음압시설이 필요하여 현재 한국에서 일반적으로 시행되고 있지는 않다고 합니다. 하지만 점진적으로 시행 준비 중이고 미국으로 귀화한 한국 국적의 외래종인 검정말(Hydrilla verticillata)의 천적을 수집하는 데 연구소에서 협력한 바가 있습니다. 그리고 환경생태연구소에서는 “생태계 교란식물 인식프로그램 기반 모바일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 중에 있습니다. 이 시스템은 외래종 사진을 통해 그것의 종류와 위치를 자동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기술로, 이 어플이 상용화되면 일반 시민들이 외래종을 사진으로 찍어서 연구소로 보고하게끔 되어 국내 과학자들의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편, 본 연구회 회원님들께서는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외래종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지 문의하였습니다. 예를 들면, 그것이 자연 통제가 될 때까지를 기다릴 수 있는지, 혹은 가시박이 유용하게 쓰일 수는 없는 지 등입니다. 이에 대해 홍선희 선생님께서는 자연 통제는 현재로서는 힘들지만 하천의 기존 나무를 그대로 두었으면 가시박이 번성하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았을 것이라고 대답하셨습니다. 가시박의 효능에 관하여서는 그것이 ‘타미플루’의 주요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서 미래에 타미플루 원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성분 추출 기술을 확보해 두었다고 대답해 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