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봄, 전원, 집
참석자: 김원중, 김요섭, 김유중, 박지향, 박찬구, 박한제, 신준환, 신문수, 안로라, 이규인, 이덕화, 이영현, 이준선, 정연정, 황영심
화창한 봄날이었습니다. 김원중 선생님 집에 이르는 도로 변에는 여전히 개나리, 벚꽃 등이 만발해 있었습니다. 공기 맑은 문형산 산자락에 자리 잡은 김선생님 댁은 하얀 이층집이었습니다. 김원중 선생님께서는 따뜻한 미소로 저희를 맞이해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집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먼저 정원 구경을 시켜주셨습니다. 아담한 정원에는 우람한 졸참나무, 배나무, 소나무 등이 눈에 띄었습니다. 봄꽃이 피어 있는 예쁜 화단과 상추와 감자 등 푸성귀가 심어져 있는 작은 텃밭도 있었습니다. 앞마당의 양편에 하얗게 피어 있는 배꽃이 봄 분위기를 한층 돋구어주었습니다. 김선생이 설명해주시는 대로 주위에 수술이 모여 있는 다섯 장의 꽃잎을 가진 흰 색 배꽃과 이를 쫓는 벌을 보며, 저는 “이것이 사랑이야.”라고 말했던 흑인 여성의 사랑에 관한 소설인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의 여주인공 ‘재니’가 된 것처럼 그것을 가만히 관찰했습니다. 중간에 벌 한 마리가 집안으로 들어와 녀석을 쫓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그 벌조차도 관찰하기 좋은 나른한 날씨와 집안 공기였다고 생각합니다.
김원중 선생님께서 직접 내려 주시는 엘 살바도르와 만델링, 루왁. 그리고 이를 음미하는 사람들이 긴 탁자에 둘러앉았습니다. 탁자위에는 감사의 마음으로 회원님들께서 가져오신 떡과 호두파이, 마카롱이 놓였습니다. 후에 김원중 선생님께서 내오신 과일까지 더하여 초대받은 사람은 누구든 멍 때리고 앉아 있을 수 있을 정도의 넉넉함이 주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선생님 댁에 있는 고가구와 목 공예품에 대한 설명이 나중에 온 팀까지 배려해 2회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감나무에 먹이 들면 먹감나무의 자연스러운 색이 된다는 것과 나무를 쪼개어 서랍 양문의 무늬가 대칭이 되도록 만든다는 이야기, 서랍의 이음새 부분을 쇠못이 아닌 나무못을 사용하여 녹이 슬지 않도록 한다는 것, 옷장으로 사용하는 목재는 일부러 습도조절이 잘 되고 방충능력이 있는 것을 고른다는 것 등 모두 저에게는 새로운 이야기였습니다. 중간에 궁금한 사항이 있으면 회원님들이 서로 묻고 답하는 와중에 해결이 되고 그렇게 이야기가 저절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모두 벽난로 주위에 자연스레 모여 둘러앉게 되었습니다. 김원중 선생님께서 특히 좋아하시는 흑인 여가수 ‘니나 시몬’의 노래를 들려 주셨습니다. 그렇게 흥겨운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노래 가락은 사람들을 타고 3층 높이의 천장까지 오른 후 다시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순간 저는 ‘장소란 이렇게 만들어지는 구나.’ 싶었습니다. 끝으로 집 주변을 걸으며 벚꽃 구경을 했습니다. 같이 걷는 사람들 덕분에 벚꽃이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모습과 그 아래 벚꽃나무보다 한참이나 작은 사람이 떨어진 흰 꽃잎과 함께 서있는 모습이 다 조화로워 보이는 마음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근의 식당에서 삼계탕으로 저녁 식사를 하였습니다. 삼계탕 맛도 일품이었습니다.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마치고 아름다운 봄날의 기억을 안고 8시 경에 헤어졌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