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산과 인간: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을 중심으로 / 북극과 우리나라
참석자: 남진숙, 박지향, 박한제, 신준환, 신문수, 안로라, 이규인, 이덕화, 이영현, 이정학, 한미야, 홍선희
장소: 서울대학교 미국학연구소 세미나실
5월 20일 금요일, 예전과 마찬가지로 서울대 미국학연구소 세미나실에서 이번 학년도 마지막 모임이 있었습니다. 오늘 모임에는 남진숙, 박지향, 박한제, 신준환, 신문수, 안로라, 이규인, 이덕화, 이영현, 이정학, 한미야, 홍선희 선생님, 모두 15분이 참석했습니다. 특히 오랫동안 회원으로 도움을 주셔오던 이정학 교수님(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이 참석해주어 더욱 자리가 빛났습니다.
먼저 경상대학교 최원석 교수님께서는 한국인에게 산이 갖는 인문학적 의미에 대하여 2014년에 출간한 저서인 『사람의 산, 우리 산의 인문학』의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전통적으로 사람은 산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왔습니다. “내 영원한 어머니”라는 박두진 시인의 시 구절에서도 볼 수 있듯이, 산은 일찍부터 한국인에게 어머니로서의 상징성을 지녀왔습니다. ‘모악산’, ‘모산’, ‘대모산’, ‘대모성산’, ‘모후산’, ‘자모산’, ‘모자산’ 등의 이름은 산이 한국인에게 표상되는 어머니의 이미지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또한, 산은 한국인에게 이상향의 원형이기도 합니다. 예로부터 청학동은 비경의 아름다움으로 유명하였습니다. 오늘날 전국에 청학동이라는 지명을 가진 곳이 40여 군데 넘게 나타나는 것도 청학동이 갖는 이러한 유토피아적 이미지를 말해 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산은 불교 및 유교와 관련을 맺으며 한국인에게 각별한 의미를 가졌습니다. ‘개산’, ‘산문’, ‘산사,’ ‘불모산’과 같은 명칭은 불교가 산의 품안에 어떻게 안겨 있는지를 시사해줍니다.
유학자들 또한 산을 자신의 덕성을 비추는 거울로 여겼고 산천을 유랑하는 것을 어짐과 지혜를 수양하는 기쁨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지리산 자락에서 학문에 정진했던 남명 조식 선생은 이렇게 썼습니다.
천석들이 종을 보소서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울리지 않는다네
어찌하면 지리산처럼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 수 있을까
請看千石鍾
非大扣無聲
爭似頭流山
天鳴猶不鳴
“어찌하면 지리산처럼 하늘이 울어도 울지 않을까”라는 표현에서도 나타나듯이 유학자들은 산을 보며 장대한 기상을 마음에 품고 고요히 학문에 정진하고자 했습니다. 한국인은 산을 ‘산맥’, ‘경락’, ‘혈’이라는 낱말의 사용에서처럼 생명체를 가지고 인간에게 생명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으로도 여겨왔습니다. 과거에 산맥 개념을 담은 ‘산 족보’를 제작하거나 전통적으로 지역 주민들이 경관의 보완을 위해 경우에 따라 산을 조성하는 독특한 풍습은 이를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날의 한국인에게 산은 원형적인 공간의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를 최선생님께서는 ‘산천 메모리’라는 표현으로 설명하셨습니다. 산천 메모리란 흘러가는 시간 개념과 대비하여 장소, 그 중에서도 내가 자라온 곳에 있는 산이 개인과 마을 주민들에게 갖는 기억으로서의 역할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그러므로 개인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산은 바로 자신에게 가장 가까운 앞산이나 뒷산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산이야 말로 생태와 문화가 함께 논의되어야 비로소 이해될 수 있는 자연물입니다. 특히나 국토의 70퍼센트가 산인 한국의 경우에 산은 사람과 총체적이고 융합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산을 정의할 때 그 기준으로 ‘산이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은, 산의 높이나 규모와 같은 개량적인 기준에 앞서 산에 대한 주민들이 인식이 먼저 반영됨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명산의 기준도 경관과 크기도 중요하지만 ‘신성’이 있는지를 중요시 여기는 것을 생각해 보면 산은 분명히 문화적 개념으로 생태와 문화가 함께 고려되어 논의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날 건축 현장에서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이 산이라고 합니다. 토론 자리에서 여러분이 말씀해 주셨듯이 우리 삶과 밀접하고 전통적으로 사람, 신, 동물 등의 여러 상징과 얼굴을 지녀 온 산의 가치에 대한 과학적이고 인문학적인 연구가 필요한 때입니다.
극지 연구소의 이유경 선생님께서는 「북극과 우리나라」라는 제목으로 북극의 개념과 서식 동식물, 북극과 우리나라의 관계에 대하여 이야기해 주셨습니다. 북극(arctic)의 정의는 다양하고 대략 세 가지 정의 방법으로 나뉘어 설명될 수 있습니다. 첫 째는 북위 66.6도 이상 지점을 북극으로 정의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백야가 시작되는 지점을 기준으로 한 정의입니다. 둘째는 수목 한계선 이상을 북극으로 정의하는 경우입니다. 셋째는 여름철 평균 기온이 10℃ 이상인 지역을 북극으로 정의하는 경우입니다.이에 따라 북극은 일반적으로 북극해와 툰드라로 구성된 지역이 됩니다. 한편, 2년 이상 연속해서 땅 속 기온이 0℃ 이하인 지역을 동토라고 하는데, 대부분의 동토는 극지방 중심으로 분포하지만 낮은 위도에 분포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북극에 비해 동토 층이 훨씬 넓습니다. 북극 툰드라에 서식하는 동물은, 포유류의 경우 약 154종, 양서류와 파충류는 약 6종, 무척추 동물은 약 4,750종으로 이는 지구상의 생물종수와 대비하였을 때 각각 1%, 2%, 그리고 무척추 동물의 경우에는 1% 미만의 수치를 의미합니다. 대표적인 동물로는 북극곰(Ursus maritimus), 북극 여우, 사향소, 순록, 흰올빼미, 북극홍방울새, 기타 곤충들이 있습니다. 북극의 먹이 그물은 다른 지역에 비해 단순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극에서 한 생물 종의 멸종은 전체 생태계에 매우 위험할 수 있습니다. 북극에는 물관과 체관을 가진 관속식물 3,000종 이외에 이끼류가 서식하고 있습니다. 북극 내에서도 기온과 습도가 지역마다 다르기 때문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다양한 식생 분포를 보입니다. 예를 들어, 알래스카 근처는 다른 지역보다 습도가 높아 북극의 다른 지역에 비해 비교적 큰 나무들이 서식하기도 합니다. 북극에 서식하는 식물로는 나도수영, 씨눈바위치, 민담자리꽃나무, 양털송이풀, 북극버들, 다발범의귀, 북극이끼장구태, 북극종꽃나무, 들쭉나무, 북극담자리꽃나무 등이 있습니다.
북극의 환경 변화는 우리나라의 환경 변화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현재까지 연구된 바에 따르면, 북극의 땅 속 기온이 점차 오르고 있고 이에 따라 동토에 고체 상태로 묻혀 있던 이산화탄소와 메탄가스 등이 녹아서 온실가스를 형성하여 이것이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되기도 합니다. 실제로 북극에서는 동토 속 얼음이 녹아 지반이 무너져 가옥이 붕괴될 위험에 처하기도 하고 철도나 도로, 송유관이 휘는 현상이 근래에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온난화 현상은 지구 전체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데, 만약 남북극의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1미터 상승하면 한국을 포함하여 약 5,300만 명이 이주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입니다. 또한, 북극의 찬공기가 밑으로 까지 내려와 이상 기온 현상을 발생시키는 한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실제로 북극의 기온과 녹은 얼음의 양을 통해 그해 각 나라의 겨울 기온을 예측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끝으로, 북극은 천연 자원의 보고로 각 나라의 영토 전쟁의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2007년에 러시아가 해저 4261미터에 러시아 국기를 꽂는 행위로 북극이 자신들의 영토임을 주장한 일이 있기도 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2002년에 스발바르 제도에 다산과학기지를 설립한 이래 매해 과학자들을 보내 여러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극지연구소에서는 청소년이나 교사, 예술가와 같은 민간인을 선발하여 북극탐험의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