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2018

생태문화연구회: "들뢰즈의 시각으로 읽는 『채식주의자』" / "북극은 어디인가?"

연도 2018
기간 2018. 1. 12.
작성자
admin
작성일
2018-01-17
조회
4567

* 참석자:  김길중김영미김요섭김원중김이은신문수신준환안보라이덕화이선주이영현이유경 한미야허은영황영심

* 일시: 2018년 1월 12일

* 장소: 미국학연구소 소회의실


1. 먼저 이덕화 선생님께서는 <들뢰즈의 시각으로 읽는 "채식주의자">라는 주제로 작가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들뢰즈(Gilles Deleuze)의 시각에서 살펴주셨습니다선생님에 따르면이 작품은 타성적 삶을 강요하는 가부장적 체계에서 벗어나고자하는 탈영토화를 선언한 인물의 이야기이며 인간의 원초적인 본성을 되살려 자연 친화적인 인간으로 살기 위해 일상의 삶의 틀을 부수는 투쟁적인 관계로 진입하는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시리즈로 실린 세 작품에서 초점인물은 모두 영혜이지만 서술화자는 각각 영혜의 남편영혜의 형부영혜의 언니로 다른데 이는 사람은 결국 모두 살아가는 중에 가해자이면서 또 피해자이기도 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장치로 해석됩니다.

  선생님께서는 들뢰즈의 이미지로 가득한 이 소설 속에서 영혜는 기관 없는 신체’, ‘탈근대적 비이성적 선인격체로 변모해 간다고 하십니다또한 식물 되기라는 것은 동물적 욕망으로부터 자신을 절단하는 것가부장적 체계를 이루는 가족관계로부터의 절연 그리고 삶의 관성이나 타성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흐름에 자신을 맡기는 것이라 강조하십니다이는 텅 빈 시간(빗장이 풀린 시간)’이라는 개념과 죽음본능과도 연결된다 할 수 있습니다.

  뒤이은 토론에서 김길중 선생님께서는 영혜의 탈영토화 충동에 대해 다시 한번 구체적으로 주목해주셨고김원중 선생님께서는 식물이 되려고 하는 영혜의 내면과 데보라 스미스(Deborah Smith)의 번역의 문제에 대해서 짚어주셨습니다번역 문제에 대해서는 이영현 선생님께서 지적해 주신 오류들도 흥미로웠습니다한편 신준환 선생님께서는 되기라는 과정은 결국 이해의 과정이라 보시고 탈영토화라는 것은 제국주의적 집착에서 벗어나려는 움직임에 해당한다고 하십니다영혜가 아니라 인혜가 가장 탈영토화를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한미야 선생님의 견해와 채식주의는 기표이고 가부장제의 탈피전통적 가족 해체의 필요성이 기의이며 이 작품이 맨부커 상을 받게 된 이유 중 하나는서양의 보편적인 담론 속에서 소설이 전개되는 낯섬이 있기 때문이라는 신문수 선생님의 의견도 작품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2.  오랜 기간 극지연구소에서 근무하시다 귀국하신 뒤 <아틱 노트(Arctic Note)>라는 책을 편저하신 생명과학자 이유경 박사님의 <북극은 어디인가?>라는 주제의 발표는 극지에 대해 막연한 지식만을 지니고 있던 회원들 모두에게 무척 흥미로운 시간이었습니다.

  북극 툰드라의 벌판에서 코어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과학자들 그린란드의 한복판에서 빙하를 시추하고 알래스카 카운실과 시베리아 체르스키에서 온실기체의 변화를 측정하기북극 척치해와 보퍼트해에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몰고 가서 북극다산과학기지에서 고군분투하는 이들의 모습은 왠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자부심마저 느끼게 합니다특히 북극이사회 회의에 대한민국을 대표해 처음으로 참석하고 우리 정부를 지원하며 모범적인 활동으로 북극이사회 옵서버 가입을 이루기도 하는 등 극지에서 고생하는 연구자들과 대원들은 우리가 잘 인식하지 못하는 동안에도 나라의 미래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었습니다.

  아울러 미닉’(Minik, 1890-1918)이라는 실존했던 원주민의 비극적인 이야기와 피어리아문젠의 북극 탐험 일화전재규 대원의 안타까운 죽음, ‘스발바르 조약에 관한 이야기 등은 회원들을 많은 생각에 잠기게 했습니다또한 20개가 넘는 북극원주민 거주지(유픽이누피앗..)에서 원주민 문화의 계승이 매끄럽지 못하고 자살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으며 인근국가(러시아캐나다노르웨이 등)와 원주민 간의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도 극지개발에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들임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