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2018

생태문화연구회: "한국 근대 소학교와 의무교육 문제" / "바이칼호의 생태환경"

연도 2018
기간 2018. 3. 9
작성자
amstin
작성일
2019-02-18
조회
3471

1. 어느 덧 새 봄바쁜 학기를 시작한지도 한 달이 되어가고 밤과 낮의 길이가 같다고 하는 춘분도 지나왔습니다조금 늦었지만 지난 3월 9일에 있었던 생태문화연구회 모임에 관한 간단한 후기를 올립니다모임의 참석자는 강규한강혜순권영자김요섭김원중김태웅박한제신문수신준환안보라이규인이도원이선주이영현정연정황영심(이상 존칭생략 가나다 순)이고발제는 김태웅 선생님과 신준환 선생님께서 맡아주셨습니다.


 


2. 먼저 지난 연말에 <신식 소학교의 탄생과 학생의 삶>이라는 역저를 내신 김태웅 선생님께서 우리 소학교와 의무교육의 시작에 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1908년에 편찬된 증보문헌비고에서 문물의 융성은 교육에서 비롯되고 교육의 중추는 학교라고 언급하고 있듯이우리나라가 미증유의 근대화를 이루고 삶의 질을 향상시켜온 데에는 학교와 의무교육 시스템이 큰 기여를 해온 것이 사실입니다(이 점에는 내재적 발전론이나 식민지 근대화론의 입장에서도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계층상승부의 축적자아실현유교적 전통일제의 통치를 위한 수단 등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김태웅 선생님께서는 무엇보다도 교육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공성이 압축된 근대화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지적하십니다초기 국가 주도의 보통교육의 도입이 재정난으로 난관에 봉착하자 각 지역사회가 민립학교(공립형 민립학교민립사범학교)를 설립하는 등의 노력으로 교육의 공공성과 자치성을 확보하고자 했습니다. 1908년에는 보통학교령이 공포되고 의무교육이 실시되었으며 지방세의 징수 등으로 지역주민이 재원을 마련하기도 하였습니다(이동휘의 보창학교).


  일제가 사립학교령과 민립학교 통제를 통해 탄압을 시도했지만 향학열은 더욱 증대하여 1920년대 서울의 보통학교 입학경쟁률은 11대 1을 초과했다고 합니다오히려 수가 부족한 학교를 세우기 위해 국민들은 흥학회를 창립하는 등 십시일반 기금을 마련하여 학교설립운동을 주도해 나갑니다. 1944년 대한민국 건국강령에 의무교육을 명시하고 이후 제헌헌법에도 의무교육조항(무상 초등교육)이 들어가게 됩니다. 1985년에 시작된 중학교 의무교육은 2004년에 이르러 무상의무교육이 전국으로 전면 확대되었습니다.


  현재 학령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선생님께서는 지역교육의 소멸은 나라 전체의 소멸이며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은 도시와 농산어촌의 공생의 첫걸음이라 말씀하십니다학생들교사들학부모들지역주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운동회와 같은 행사는 교육의 공공성(비배제성비경쟁성)을 단적으로 상징할 수 있다고도 덧붙이셨습니다.


  회원들 간의 토론 중에 교육을 통해 신분상승이 가능한 시스템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조선시대에도 법적인 양천제에 의해 천인만 아니면 과거에 응시할 수 있었으나 실제로는 지주의 자녀가 아니면 학업을 이어가기가 힘들었다는 사실과 근대화 과정 내내 여성들이 감내해야 했던 교육에 있어서의 불평등현재 강남 8학군 등 새로운 신분제가 출현하는 움직임에 대한 우려 등이 제기되었는데 이는 우리나라 교육제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3. 이어 1월말에 바이칼 호 일대를 돌아보고 오신 신준환 선생님께서 그 지역의 생태환경에 대해서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습니다러시아 남부에 위치한 초생달 모양의 호수인 바이칼 호(지구에서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담수호주변지역의 생태에 관한 다양한 사진자료들을 보면서 그 곳의 문화경관을 간접적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선태식물을 깔아놓은 가옥 내부의 모습과 외부에 따로 마련된 식품저장고건축자재로 이용된 시베리아잎갈나무의 껍질바이칼 주변 목초지대의 풍경(알혼섬의 스텝기후 식생), 딸찌 숲알혼섬의 숲 내부(줄기가 붉은 버드나무특유의 자태를 뽐내는 자작나무류와 사시나무류시베리아잎갈나무개벚지나무와 시베리아가문비나무유럽소나무에 접붙여진 잣나무청설모처럼 보이는 다람쥐야생화 등)의 모습들이 소개되었습니다.


  한때 러시아의 유형지였전 이르쿠츠크시의 경관을 이야기하시며 톨스토이의 인생론과 참회록을 되새기셨다는 선생님의 말씀과 가문비나무로 착각한 시베리아잣나무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수형의 변화가 크기 때문에 나무의 이름에 집착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말씀유속이 빨라서 얼지 않는 앙가라강(이런 이점을 이용해서 바이칼 주변은 수력발전이 많아 전기 값이 저렴하다고 합니다)에 관한 이야기바이칼호수에 사는 투명한 물고기인 골로미앙카가 마치 고래기름처럼 사용되었다는 사실바이칼호가 우리 민족의 시원지라는 가설 등도 흥미로웠습니다아울러 선생님께서는 알혼섬에서는 특별한 가 느껴진다는 경험에 대해 부르한 바위 등의 지질학적 이유(방사능 효과)보다는 사바나의 자연경관(청정한 대기와 건조한 기후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셨습니다(^^)..


 


4. 생생한 자료와 함께 유쾌한 설명으로 좋은 가르침을 주신 두 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또한 여느 때처럼 향기로운 커피를 제공해주시고 최근 출간된 저서 <음식과 섭생의 생태학>을 회원들에게 기꺼이 선물해주신 김원중 선생님과 맛있는 떡을 준비해 오신 정연정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이어진 저녁 식사 중에는 오랫동안 연구회를 이끌어 오신 신문수 선생님의 정년을 회원들이 케잌과 와인으로 축하해드리는 따스한 시간도 마련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