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문학
생태문화연구회: "독립혁명기 미국 초상화의 사회적 의미" / "남극동물의 행동생태--도서 <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동물의 사생활> 중심으로"
1. 지난 4월 5일 금요일에 있었던 생태문화연구회 모임의 후기를 올립니다. 김여진, 김영미, 김원중, 김정훈, 김정희, 김태웅, 남진숙, 신문수, 신준환, 이규인, 이영현, 이유경, 이은주, 정연정, 한미야, 황영심 (이상 존칭 생략, 가나다 순) 회원 열여섯 분이 모임에 참석하셨고, 이은주(서울대 미대) 선생님 이 “독립혁명기 미국 초상화의 사회적 의미”를 김정훈 (극지연구소) 선생님이 “남극동물의 행동생태 -도서 『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동물의 사생활』을 중심으로” 발제를 맡아주셨습니다.
2. “독립혁명기 미국 초상화의 사회적 의미”
이은주 선생님은 조지 워싱턴의 초상화를 여러 점 보여주시며, 독립혁명 이후 초기 연방시대 정권과 초상화가 최초의 ‘민주공화국’이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만드는데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설명하셨습니다. 여기서 “연방시대”(Federal era)는 신생 국가의 형성과 정부가 구성된 초기를 지칭하는 용어입니다. 학자마다 그 시대를 다르게 구분하지만, 일반적으로 미국이 독립을 성취한 이후 30년간을 말합니다. 이 “연방시대” 지도자들은 시민들에게 민주공화국의 정치 이념을 설명하고 13주의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미술을 사용했습니다. 특히 초상화는 독립혁명을 이끈 영웅들을 기념하고,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이라는 새로운 국가의 아이콘을 통해 국가 정체성을 전달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워싱턴 대통령이 무엇을 상징하느냐에 따라 초상화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하셨습니다. 첫째가 “승리한 미국의 상징”으로서의 워싱턴 장군을 그린 초상화이며, 둘째가 민주주의의 상징으로서의 대통령/시민 워싱턴 초상화입니다. 승리한 미국을 상징하는 장군으로서 워싱톤의 모습은 다음 여섯 초상화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1) 찰스 윌슨 필(Charles Willson Peale), <프린스턴의 조지 워싱턴(Geroge Washington at Princeton)>, 1779.
2) 존 트럼불(John Trumbull),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1790.
3) 존 트럼불(John Trumbull), <트렌턴의 조지 워싱턴 장군(General George Washington at Trenton)>, 1792.
4) 존 트럼불(John Trumbull), <찰스턴의 워싱턴(Washington at the City of Charleston)>, 1792.
5) 장 앙투안 우동(Jean-Antoine Houdon),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1785-92.
6) 안토니오 카노바(Antonio Canova),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1820.
일부는 워싱턴 장군이 이끈 주요 전투인 프린스턴과 트렌턴에서 영국군을 격파한 미군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려졌습니다. 특히 (발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 대통령이 된지 3년째인 해에 그려진 <찰스턴의 워싱턴>은 그를 농부의 모습으로서 그림으로서 ‘대통령을 오래 하면 안 된다. 재선에 연연하지 말고 농부로 돌아가’는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신문수 교수님의 말씀이 그 초상화를 다시 바라보게 합니다. 교수님께서는 1792년 당시 민주주의 정치체제가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고 설명해주셨습니다.
또한 민주주의의 상징으로서의 대통령, 시민 워싱턴을 그린 초상화는 아래와 같습니다.
1) 길버트 스튜어트(Gilbert Stuart), <랜스다운 초상화(Lansdowne Portrait)>, 1796.
2) 길버트 스튜어트(Gilbert Stuart), <본 초상화(Vaughan Portrait)>, 1795.
3) 길버트 스튜어트(Gilbert Stuart), <애서니엄 초상화(Athenaeum Portrait)>, 1796.
4) 콘스탄티노 브루미디(Constantino Brumidi), <워싱턴의 신격화 (The Apotheosis of Washington)>, 1865.
5) 호레이쇼 그리노(Horatio Greenough),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 1840.
이은주 선생님의 발제 중에서 미국 초대 대통령 워싱턴과 영국의 조지3세 초상화 비교는 흥미로웠습니다. <랜스다운 초상화>는 빙엄이 영국 후작으로서 미국의 독립을 지지한 랜스다운에게 선물한 초상화로서,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을 쟁취한 미국 반역군 워싱턴장군이 초대대통령이 되었음을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화가인 길버트 스튜어트는 당시 영국 군주인 조지3세의 초상화에서 드러나는 위엄에 맞먹는, 위엄있는 워싱턴을 그리고자 그랜드매너 방식으로 전신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차이가 있다면, 조지3세의 초상화가 왕권, 권력을 강조하는 데 반해, 워싱턴 초상화의 붉은 휘장 등은 권력의 중요성이 아닌, 신고전주의적 요소로서만 사용되었습니다. 즉 워싱턴의 초상화에서 스튜어트는 절대군주를 상징하는 요소를 배제하고, 대중에게 새로운 미국 공화국의 시민이자, 지도자라는 인상을 줄 수 있는 상징을 사용했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워싱턴의 초상화와 조각상을 구성하는 소품, 색조, 인물 등의 의미, 그린 방식, 이미지(신적인 이미지 혹은 친근한 이미지), 상징, 의뢰자가 소장자와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시대적 의의를 이해하기 쉽게 사진을 곁들여 보여주셨습니다.
3. “남극동물의 행동생태 -도서 『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동물의 사생활』을 중심으로”
극지연구소의 김정훈 박사님은 킹조지섬에 가게 된 계기를 시작으로 남극 조사를 수행해온 지난 14년간 연구과정에서 관찰하신 남극동물들의 생존 방식, 특이한 행동, 생태, 생리적 특성 등을 사진, 동영상을 곁들여 설명해주셨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지구 곳곳의 다양한 생태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 기후 변화나, 인간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이 제각각이라는 점입니다. 오늘날 지구온난화로 인한 환경변화가 인간은 물론, 바다얼음에 의존해 살아가는 북극곰의 생존을 위협하는 난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2007년경까지 얼음으로 뒤덮였던 포터 소만(Potter Cove)의 경우, 남방큰재갈매기가 둥지를 지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됨으로써, 남방큰재갈매기는 오히려 지구온난화의 수혜자가 되었습니다. 또 새똥이 강산성으로서 자동차나 문화재를 부식시키는 원인이 되지만, 펭귄이 배설한 기생충(tape worm)을 먹고 사는 칼집무리물떼새 같은 동물도 있습니다. 먹이경쟁이 치열한 남극에서 동거하는 갈색도둑갈매기와 펭귄의 관계는 간단해보이지 않습니다. 선생님은 이 둘의 관계를 “골목 상권을 장악하고 정기적으로 금품을 갈취하는 폭력 조직, 그리고 부당함을 알지만 다른 조직들의 강탈로부터 보호를 받기 때문에 그 상황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상인들”(85)의 관계에 비유하여, 도둑갈매기들이 펭귄의 알과 새끼를 잡아먹고 살기는 하지만, 이곳 도둑갈매기 집단이 다른 도둑갈매기들이 침입을 결사적으로 방어하고 쫓아낸다는 점에서, 도둑갈매기와 펭귄을 “불편한 공생관계”에 있다고 설명하셨습니다.
크릴 유생은 바다얼음 아래 규조류를 먹고 살기 때문에 겨울에 바다얼음이 두껍게 형성되면 먹을 것이 풍부해져서 크릴 유생들이 성체로 잘 자라고 번식도 잘 해서 크릴의 개체수가 늘어납니다. 반대로 바다 얼음이 얼지 않으면 먹을 것이 적어진다. 즉 알을 낳을 수 있는 성체수도 줄어들고 번식도 줄어듭니다. 99%가 크릴을 먹는 아델라 펭귄의 개체수와 바다얼음의 관계를 추적한 그래프가 드러내듯, 온난화로 바다얼음이 제대로 얼지못하면 크릴의 개체수가 줄어들고 이는 아델라 펭귄의 개체 수 감소로 이어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보여주듯, 인간 활동이 초래한 전지구적 환경 변화인 지구온난화로 인해 생태계의 중요한 고리가 무너진다는 사실은 안타까운 현실로 다가옵니다. 계속해서 빙벽이 무너지면서 크릴이 아사하고, 갑자기 담수가 유입되고, 펭귄이 떼를 지어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도 하고 떼죽음을 당하기도 합니다. 온난화의 수혜자로 남방큰재갈매기 같은 종도 있지만, 새로운 종의 유입으로 남극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살아온 황제펭귄 같은 종은 서식지를 잃게 됩니다. 1970~80년대로 접어들면서 지구온난화로 바다얼음이 줄어들면서 크릴이 줄어드는 상황에도, 인간이 크릴을 잡아들이고, 남극물개협약, 보존협약 등이 체결되면서 고래나 물개 사냥이 제재되자, 크릴을 먹고 사는 펭귄입장에서는 생존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얼마전 밝혀졌듯이 크릴이 지구온난화 방지에 큰 기여를 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크릴의 개체수 감소는 인간은 물론 생태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4. 연구회 발제 후 회식에 앞서서 총회가 열렸습니다. 총회에서는 2019년 9월 부터 성균관대 영문과 교수이신 김원중 선생님을 신임 회장으로 선출했습니다. 아울러 생태문화연구회의 공식명칭을 ‘한국생태문화연구회’로 개칭하기로 했습니다. 또한 연구회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 운영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하고 운영위원으로 이규인, 정연정, 황영심 선생님이 선임되었습니다.
5. 오늘 귀한 강연해 주신 이은주 선생님과 김정훈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신문수 선생님께서는 지난 15년동안 우리 모임을 훌륭히 이끌어 주셨습니다. 신문수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오늘은 황영심사장님이 회원들에게 『사소하지만 중요한 남극동물의 사생활』 을 선물해 주시고, 김원중 선생님은 언제나처럼 신선한 커피로, 이규인 선생님과 한미야 선생님이 오늘도 변함없이 따뜻한 마음이 담긴 맛있고 다양한 다과로, 정연정 선생님이 오늘도 맛있는 영양떡으로 다과를 더 풍성하게 해주셨습니다. 참석해주신 모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다음 모임은 2019년 5월 18일(토)~19일(일)이며, 하동 평사리 문학관 및 주변 지역으로 탐방을 갑니다. 다음 달에 뵙겠습니다.